[박범계]대전, 하시모토 도루,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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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대전, 하시모토 도루, 샌프란시스코

[시론]박범계 국회의원(민주당·서구을)

  • 승인 2013-06-26 14:12
  • 신문게재 2013-06-27 21면
  • 박범계 국회의원(민주당·서구을)박범계 국회의원(민주당·서구을)
▲ 박범계 국회의원(민주당·서구을)
▲ 박범계 국회의원(민주당·서구을)
대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샌프란시스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두 도시와 한 사람이 만나는 지점은 인권(人權)이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이른바 '위안부 망언'을 통해 그의 저급한 인권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차기 일본 총리감이라던 하시모토 시장의 반인권적 망동에 한국과 중국 등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 당사국은 물론 미국까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물며 기본적인 인권의식을 가진 일본 자국민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이 지난달 도시계획을 배우겠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일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그의 공식적인 방문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이다. 편지의 골자는 “샌프란시스코 시민은 하시모토의 방미를 환영하지 않는다. 방문하는 모든 곳에서 항의단체에 둘러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샌프란시스코가 하시모토 시장의 저급한 인권의식에 비토(veto)를 놓은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여러 도시 중에서도 성별과 인종 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높은 인권의식을 가진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의미하는 인권과 그것을 존중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거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처사였다.

그렇다면, 과연 대전은 하시모토 시장을 거부할 수 있을까.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인권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대답은 '노(No)'에 가깝다. 이는 대전시민의 인권의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전의 인권을 보장하고 보살필 수 있는 제도적 기관의 부재를 강하게 지적하고 성토하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이하 인권사무소) 설치를 위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역량결집을 강조한 바 있다.

대전ㆍ충청권에는 많은 인권 관련 민원과 수요가 있음에도 여태껏 인권사무소 신설은 요원하다. 이미 2005년에는 부산과 광주, 2007년에는 대구에서 인권사무소가 문을 열고 지역 인권 민원 및 상담 등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역 인권사무소는 인권위 진정사건 처리의 21%를 담당하고 있고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갈수록 중요시되고 있고 그 수요 또한 증가추세에 있는 인권교육의 50%를 지역 인권사무소에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에는 인권 사무소가 없다.

그만큼 인권 사각지대는 넓고 길게 방치되고 있다. 특히 대전의 인권 민원 및 상담 등의 수요는 이미 인권 사무소가 설치된 지역에 비해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실제 인권위의 진정인의 주소별 현황 분석결과를 보면 충청권은 인권사무소가 없음에도 접수 진정사건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인권위 접수 진정사건의 36%를 차지하는 교정시설 진정이다.

충청권에는 10개의 교정시설이 밀집해 있다. 116곳에 달하는 공직 유관단체와 2689곳에 이르는 학교 또한 잠재적인 인권수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상도 엄존한다.

요컨대 충청권의 인권수요는 현재 인권사무소가 설치된 부산·광주·대구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며 앞으로 인권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인권위의 대전사무소 신설 제안을 이미 두 차례나 거절했다.

충청권은 인권위 본부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지방사무소를 줄인다는 내부 방침이 거절 이유였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 말단의 모세혈관까지 세세히 미치고 유유히 흘러야 할 인권이 궁색하고 '반인권적' 이유로 차단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만 가지 가치 중의 으뜸이고 가장 우선해야 할 인권이 행정기관의 '편의'에 의해 묵살당하고 내팽겨지고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재차 자문해 볼 일이다.

대전은 샌프란시스코처럼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과 같은 반인권적 인물의 공식방문에 자신 있게 '노(No)'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그럴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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