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묵 한밭대 총장 |
더구나 지난 정부부터 불거진 반값등록금, 국립대학 기성회비의 법적 정당성, 사립대학의 적립금 등의 사회적 문제제기와 더불어 해마다 치열해지는 대학평가 랭킹 경쟁으로 대학의 가치는 연구중심 대학으로 보편화되어가고, 정부의 대학정책은 대학의 특성과 무관하게 획일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대학 발전을 더욱더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줄 세우기식 수능시험과 대입제도는 입시학원이 제시한 배치표에 따라 우수학생들이 서울부터 차례로 채워지도록 함으로써 지방대학은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다. 지방대학이 발전해야 국가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온 국민이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획기적인 지방대학 지원정책이 없는 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때 마침 이번 박근혜 정부는 GDP 1%의 대학교육재정확대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지방대학의 특성화와 권역별 거점대학 육성, 지방대학 출신의 채용할당제 적용과 차별철폐를 위한 직무능력평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체의 획일적 적용이 아니라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 정부가 국립과 사립대학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기왕의 국·사립대학 구분이 없는 통합적 지원정책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은 헌법 제31조의 “국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국가가 제공하는 최소의무이행으로써 정부정책에 따라 설립 운영되고 있고, 사립대학은 설립자의 교육철학과 건학이념에 따라 사회적 수요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국·공립대학 학생 비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과 책무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2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듯이 대학의 역할도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대학의 특성화 정책도 대학특성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 국립대학은 기초학문,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공학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중·장기 발전정책에 따라 추진되어야 할 것이고, 사립대학은 미래사회 변화와 발전에 따라 대학 스스로가 건학이념에 기초하여 자율적으로 마련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방대학 육성은 지방정부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산업구조를 비롯한 지역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관련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국립대학 재정지원 금지규정은 지방대학이 지역사회와 협력하는데 큰 장해요소가 되고 있다. 선진국처럼 지방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한다.
박근혜 정부가 '희망의 새 시대를 위한 실천과제'로 제시한 29개 중요정책 중 하나인 '지방대학 지원 확대'는 지방대학의 큰 희망이다. 지방대학의 발전은 국가의 균형발전과 새 정부의 역점과제인 창조경제시대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정책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국·사립대학의 정체성과 대학의 특성, 지역의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경쟁위주의 포괄적 지원정책은 더 이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지방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스스로 혁신하는 노력과 정부정책이 조화를 이루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학이 서울과 지방으로 구분되는 후진국 모델을 탈피하여 지방대학이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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