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지역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내용이기도 하고,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발의한 법률안이지만 이마저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만큼 지자체 차원의 협의체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내포 신도시로의 도청 이전이후 대전시가 공동화 방지를 위해 시민대학 등 각종 활용 방안을 진행중이지만, 충남도 소유의 부지를 2년간 한시 임대해 사용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원인제공은 정부, 해결은 지자체가?=도청이전의 원인은 도청소재지와 관할구역 불일치에 따른 것으로 국가의 정책적 판단이 원인이다. 80여년간 대전에 있던 도청을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게 된 원인제공을 국가가 한 것이다.
문제는 도청이전을 통한 신도시 개발사업 추진 시 막대한 이전비용이 필요하고, 남겨진 청사는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면 공동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2월 도청이전을 앞두고 있거나 도청사가 남겨지는 대전, 충남, 대구, 경북 등 해당 지자체는 의기투합했다.
특별법을 제정해 도청이전의 원인을 제공한 국가가 도청사의 신축비 등을 지원하고 남겨진 청사를 귀속해 활용방안까지 내놓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장 도청이 이전한 대전, 충남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하고 특별법 통과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명수 국회의원이 지난해 8월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강창희 국회의장이 11월, 박수현 의원이 지난 2월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뒤이어 지난 5월 이명수 의원은 개정안의 수정안을 다시 발의하며 모두 4건의 개정안이 법안심사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있었다.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개정안까지 발의하며 지역최대 현안으로 관심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충청권 대표공약으로 도청이전특별법 통과를 약속했던만큼 특별법 통과는 '떼어논 당상'이라며 통과를 예견했다.
하지만 칼자루는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었다.
국토법안심사 소위원회의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기재부는 예산부족과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심사를 유보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6월까지 3차례나 법안 통과가 유보되면서 원인제공을 한 정부와 별도로 비용은 지자체가 떠안는 꼴이 됐다.
▲지자체 협의로는 역부족, 정치권 해결이 열쇠=지난 4월 대전, 충남, 대구, 경북 4개시·도 관련 과장들은 국토부를 방문해 절충안을 제시했다.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의 비용부담이 크다면 이를 양보해 도청사 신축비 전액지원과 진입도로 건설비용 (현재 50%에서 70%로 인상)지원, 옛청사부지 국가귀속까지만 포함할 것을 제시했다.
정부가 강창희 의장 법률안이 3조5000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던만큼 이들 지자체가 제시한 안은 5000억원 내외면 도청이전과 소유권 이전 등이 가능해진다.
현재 4개 자치단체가 힘을 모으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지난 4월 자치단체들이 국토부에 제시한 안이 마지막 보루였다.
옛 충남도청사는 지정문화재로 함부로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는 문화재 건물이 아니어서 매각이 가능하고, 위치도 노른자위다.
대구와 경북은 도청이전이 3년여 시간이 남아있는만큼 시간적인 여유도 있는 상황이다.
대전과 충남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신도시로 이사한 충남도는 열악한 재정상황에 기반시설 설치비, 진입도로 건설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 지자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충남도가 대책협의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지금까지 국회의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도 '슈퍼 갑'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는 뛰어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해결점은 대통령의 결단과 지역 정치권의 힘을 합한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충남도가 정치권과 함께 절충안을 만들자고 제안하면 의견을 모아볼 필요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역별 대책을 나눠 강구해볼 방안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지자체들이 나서는 것보다는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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