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치부 부국장 |
4ㆍ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완구ㆍ김무성 의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회동 때문이었다. 별다른 뜻없는 동기 모임이라는 이들 의원들의 설명에도 정치권의 관심은 뜨거웠다.
충남도지사를 지낸 3선의 이완구 의원은 맹주가 사라진 충청 정치권에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고, 5선 고지에 오른 '친박계' 김무성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내 대표적인 중진이다. 지난 대선에서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안철수 의원은 그 이름만으로도 파괴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와 덕담이 오갔다고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탐색의 시간이었다”는 이완구 의원의 말은 의미있게 들린다. 이틀 뒤인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의 창립 심포지엄에도 이완구ㆍ김무성 의원은 참석해 진보적 자유주의 기치를 내건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장정(長征)'을 지켜봤다.
안희정 충남 지사는 20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평생 정당인인 저에게 오랜 소신이 있다”며 “정당 그만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나라든 청백 게임처럼, 변화나 안정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정당이 뿌리를 내려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매번 신당을 만들면 장기적으로 정당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산한 움직임은 앞으로 전개될 정치 일정과 연관이 깊다. 이완구 의원이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의 3대 변수로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ㆍ새누리당과 선진당 통합 효과ㆍ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거론한 것은 유효하다.
우선 안 지사로서는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가 당선된 것은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표를 균분한 요인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고 충남지사 후보를 낼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안 지사의 계산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야권 성향의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당 그만 만들자'고 안 지사가 말한 것은 소신 여부를 떠나 이러한 맥락에서도 해석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2017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게 안 지사의 '정치 로드맵'이라면 '안철수 신당'은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는 안 지사에게 정치소신으로도, 현실 정치로도 장애물이 될 공산이 크다. 당장 내년 선거에서 정말 안철수 신당이 나와 민주당과 겨루게 되면 안 지사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정치네트워크 내일'의 출범으로 2017년 대권 도전의 기치를 올렸다. 내년 지방선거는 안철수 의원에게도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과의 전략적 제휴 조짐은 없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대선과 달리 신당창당 등 독자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큰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도 내년 지방선거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초반 평가를 받는 시험대가 된다. 청와대 일각에서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야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임기 초반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임기 후반을 준비하는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두 사람과 맞서 전투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정치 노선으로 보면 안 지사에게 안철수 의원은 '소통'하고 '동행'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정치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할 경우 여권에서는 두 손을 들고 반길 일이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대놓고 반대할 수 없어도 '불편한 상황'이 된다. 안철수 의원은 안 지사의 정치적 앞날에 동지가 될 것인가 적이 될 것인가? 정치권의 시선은 채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넘어 2017년 대선까지 뻗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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