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직국들이 돈을 무한정 풀어도 경제성장이 더디고, 고용은 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을 만큼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적으로도 이러한 전세계 저상장의 여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철강, 조선, 건설, 화학 등 우리나라 성장의 주역이었던 다양한 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저성장, 저수익, 초경쟁 시대인 현시점에서 기업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수익률 하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이익은 벌어서도 얻을 수 있지만, 낭비를 줄임으로써도 얻을 수 있다. 어떤 기업이든, 지자체든, 나라든 낭비적 요소를 없애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과거 70~80년대 고성장 시대에서는 이러한 낭비제거가 큰 이슈사안이 아니었을 수 있어도, 지금은 기업생존에 필수요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정부이건 간에 낭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절약 경영에 실천하는 자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낭비를 줄이는 첫걸음은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를 디테일 경영이라 일컫는다. 설비나 시설 하나하나 쓰임새가 올바른지 불필요하진 않은지 하나하나 들여다 보는 것부터 절약은 시작된다. 필자는 회사를 출근하면 10분정도 회사주위를 맴돈다. 출입문부터 재고상태, 건물상태, 기계장치, 차량운반구 상태 등을 들여다본 후 모두 제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본 후에 사무실에 들어선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낭비고, 이는 곧 비용이다. 활력있게, 생기있게, 정돈되어 회사가 돌아가는지부터 본다. 이렇게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은 직원들로 하여금 절약정신과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효과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잘 보이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러나 경영자가 이와 같은 허영심이 강하면 그 기업은 외관만 보기 좋게 장식된 군살투성이가 된다. 본질적으로 강한 기업을 만들고 싶으면 경영자가 자신이나 기업을 실력이상으로 보이게 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 강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 성능이 뛰어난 값비싼 기계가 그럴싸하게 보일지라도 쉽게 사버리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된다.
셋째로는 시간의 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결정자나 관리자가 문제를 빨리 인식할 수 있어야 의사결정이 늦춰지지 않는다. 자원, 인력 뿐만 아니라 시간도 절약해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문제점이나 이슈사안은 즉시 파악되어야 하고 시정되어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한 숫자나 단어는 늘 다이어리에 메모해 놓는다. 디테일 경영을 함에 있어서 메모는 중요하다. 하루에도 10번 넘게 보는 메모장에서 그 일이 해결되거나 마무리되어야 빨간 줄로 지워진다.
넷째는 디테일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업문화도 중요하다. 하루동안 회사의 일이 모두 전산에 입력되고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오늘 마감되어야 할 일이 내일 아침으로 미루어지면 그 또한 낭비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소중히 여기는 직원들의 마음이 모이면 기업문화가 되고, 그것이 지속경영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 직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자원을 아끼는 마음은 주인의식과 애사심이 바탕되어야 실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테일 경영이 무조건적인 절약과 검소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직원능력개발이나 꼭 필요한 기계설비 도입, 기업문화 개선 등에는 과감히 투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일에도 과감한 실천이 중요하다. 기업경영에는 냉철함이 필요하지만, 직원의 복지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활동은 따뜻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 중간쯤이 어딘가를 매일아침 생각하는 것이 많은 경영인들의 고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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