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 의원 원장 |
오랜 친구 탁석산 박사가 새 책을 냈다며 보내준 『행복 스트레스』에 실린 내용이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더니 내용도 심상치 않았다. 어려운 대목도 많아 전체적으로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책이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었었다. 그런데 '행복이 무엇인가?' 하고 친구는 물었다. 대답이 옹색해졌다. 친구는 행복도 재화도 모두 추상적이라고 했다.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으면 부자인가?' 하는 질문과 같이 '얼마나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믿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다고 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과연 행복하기 위해서만 사는가?'하는 질문을 받으면 머리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은 과연 행복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초개와 같이 버리셨는가? 전태일 열사는 행복하기 위해 자신을 불태웠는가?
오래 전에 탁박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살아온 인생에 불만이 있는가?' 농담 섞인 부연설명을 했다. '인생 50을 넘기다 보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눈에 보인다. 자신의 인생에 불만 있는 사람이 택하는 길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스스로의 새로운 행복만을 위한 것이라면 유권자를 감동시킬 수 없을 것이고 선택받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서도 살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산다.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뭔가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을 했다'는 사회의 인정과 그에 따른 만족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디까지 출세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명답은 '망가지기 직전까지'라고 한다. 한 계단씩 올라가는 지위를 좇다 보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자리에 오를 수도 있고, 그 위치에서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낙마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간혹 보게 된다.
내년에 시행되는 지방선거를 1년 정도 앞두고 벌써부터 신문마다 출마 예상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워낙 당선자 수가 많다 보니 출마자의 숫자가 지역마다 수십 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보면 수만 명이 될 것이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공부도 해왔으리라 믿지만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든, 큰 일을 잘 마무리하고 업적을 쌓을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든, 혹은 정말 이 사회를 위해 자신을 던질 각오를 가졌든 간에 몇 가지 확신을 가진 다음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절대적인 이유' 두어 개 정도는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대중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봉사'의 각오가 있어야 하겠다. 입으로는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얘기하면서 속으로는 제 실속 차리고 월급이나 몇 년 받아먹으면서 이권에 개입하려는 마음 가진 사람은 아예 나서지 않아 주었으면 고맙겠다.
지방자치에 적합한 리더는 당장은 자신을 버려가며 희생과 봉사를 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면 박수 받고 무대에서 내려와 존경받으며 자기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늙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거에 당선되어 중책을 수행하게 되면 더욱 좋겠지만 혹시 낙선되더라도 배운 것이 많았고 더 노력해서 더욱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의 다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선거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고, 이런 인물들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지방선거가 축제가 되고 선거로 행복해질 때 진정한 주민자치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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