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정치사회부장 |
정치권의 대결구도가 첨예해지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뭐가 옳고 잘못된 것은 없는지, 자세히 따져보고,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데 진행되는 모습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쪽에서는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온몸으로 막는 형국이다. 여당과 야당 양쪽 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이슈 파이팅'의 좋은 소재로 여기는 듯 하다. 이번 과학벨트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한쪽에서 입장을 표명하면 다른 한쪽에선 곧바로 반박한다. 맞장 토론을 해 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한번 토론으로 해결될 일 같지는 않다. 정치권이나 자치단체, 정부, 어느 누구하나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깊은 고민이 묻어나지 않는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인데도, 당장의 시급함 만을 내세운다. 편가르기속에 정치권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저 이런 논란이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문제는 올해 초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그림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래부가 수정안을 내놓은 것도, 박 대통령에 대한 '결자 해지론'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국가재정이 넉넉지 않아, 더 사정이 좋지 않은 자치단체에 돈을 내놓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부지 매입비 때문에 나라의 장래를 그르치는 것은 더욱 우습다. 옆으로 자꾸만 센다.
TV 개그 코너에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것이 있다. 시청률에 몸이 달아있는 TV드라마를 풍자한 내용이다. 원인과 복선, 이런 것은 무시되고 그냥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참 웃다가도 목표를 향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이 함께한다.
과학벨트에 대한 '시청률'도 일단은 무척 높아진 모양새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올 수록 정치권의 힘겨루기는 더욱 팽팽해질 것이다. 쉽게 이문제가 결론지어질 것 같지도 않다.
정치권은 과학벨트 문제가 지방선거에서'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세종시 수정안과 같은 마땅한 대형 이슈도 없다. 그동안 지역에서 만큼은 수세에 놓였던 새누리당은 과학벨트 수정안이 지역과 나라발전을 위해 더욱 좋다는 선언과 함께 '반전'을 노릴수 있겠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패배 이후 침체돼 있는 지역에서의 여론 반등을 꾀할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학벨트는 언제 어떻게 정치권의'악재'로 작용할지 모른다. 그래서 과학벨트는 정치적으로는'양날의 칼'이다. 여야 모두에게 어떤 득실을 가져다 줄지, 지금으로선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외면하게 될 경우, 심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현명하고 올바른 대응이 필요하다. 국민과 국가의 미래가 고민의 중심에 바로 서야 한다.
과학벨트 사업은 현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과학벨트 사업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국가적인 대 역사다. 지금 당장 잘 살아보자는 사업이 아니다. 당장의 이익과 욕심을 가지고 이 사업을 대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후손에게 남겨진다. 상처와 문제점을 가득안은 과학벨트라는 유물을 후손에게 남기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과학벨트 문제 해결을 위한 키는 박근혜 정부가 쥐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당장의 예산문제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켜선 안된다. 주민들을 편가르기 해놓고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더 큰 것을 잃는 것과 같다. 이 문제는 아무리 봐도, 박근혜 정부의 인식 전환 없이는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은 답답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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