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미터 높이의 절벽과 가파른 경사무대, 절규와 어둠을 표현하는 코러스의 몸부림. 결국, 자살을 선택한 보통남자 '오이디푸스'를 기억하는가 ?
지난 2011년 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을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013년 6월, 이 오이디푸스를 잇는 연작 '안티고네'가 대전을 찾는다.
21일부터 23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전당(관장 이용관) 앙상블홀에서 만날 수 있다.
전작이 고전과 현대가 맞닿은 동시대성의 유효함을 재확인시켰다면, 이번 연출가 한태숙씨의 안티고네는 동시대성의 확보는 물론, 인간과 인간의 영혼을 건 관점의 대립을 통해 다양한 사회, 국가, 인간의 역학적 관계와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당신이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딸이라면? 혹은 서로 심장에 칼을 꽂은 오빠들의 여동생이라면? 아버지이자 오빠인 오이디푸스의 딸이자 동생. 아들을 침상에 끌어들인 어머니 이오카스테의 딸. 아비는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어미는 자살을, 두 오빠는 서로 심장에 칼을 꽂았다.
가족의 대참사 속에서 살아남은 비극의 주인공 '안티고네'.
정체성의 경계를 겪고, 가족의 비극적 죽음을 지켜본 그녀의 삶은 마치 칼에 베인 듯 날카롭고 예민하고 파괴적이다.
이번 작품에는 관록과 연륜이 돋보이는 배우 신구가 크레온을 맡아 젊은 열정 이상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다부지면서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김호정이 크레온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안티고네를 맡았다. 또한, 오이디푸스에서 단 15분의 출연으로 무대를 장악했던 박정자가 트레시아스로 분한다.
더불어 손진환, 신덕호, 서경화, 강진휘, 우현주 등 유연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중견배우들이 사제와 파수꾼, 도시테베의 시민으로 분해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연극 안티고네의 백미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안티고네와 노회하고 오만한 정치 9단 크레온이 펼치는 대립과 싸움이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있다.
그간 많은 안티고네 공연이 에너지의 증폭이 큰 육체적인 싸움을 보여주는 면이 두드러졌다면, 연출가 한태숙은 두 인물이 자신이 선택한 관점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대립의 극한을 보여준다.
또한, 도시의 비극을 예고하는 검은 새떼는 코러스의 움직임을 통해 공포와 불안의 심리를 형상화한다.
즉, 주변 인간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다양한 몸동작으로 표현해 말과 몸의 언어로 진정한 무대 연기를 선사한다.
또 독특한 음악, 몸짓, 소리, 사운드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심리를 시청각화했다.
상승과 하강을 표현하는 긴 삼각형 경사 무대로 비극의 도시 테베를 표현한 임일진의 무대와 대립과 혼란의 심리를 보여주는 김창기의 조명, 떨림과 시민의 소요를 다양한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안무와 더불어 춤꾼으로 출연하는 이경은의 몸짓, 내면의 혼돈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홍정의의 음악 등 이 모든 것의 조화가 고전비극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절정을 보여줄 것이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3시.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14세 이상 입장 가능. 예매 문의 1544-1556.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