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세계가 주목… 정쟁 비화는 안돼

[중이온가속기]세계가 주목… 정쟁 비화는 안돼

중복투자 논란에도 '포항 4세대 방사광' 날치기 통과 '독창성 강점' 중이온가속기는 지지부진… 과학계 허탈

  • 승인 2013-06-19 18:05
  • 신문게재 2013-06-20 3면
  • 권은남 기자권은남 기자
[과학벨트 핵심 중이온가속기 문제·대안은…] 3. 가속기 구축, 정치적 접근이 아닌 과학적 접근이 필요

'과학벨트 특별법으로 시작된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법적 근거도 없고 '중복투자'라는 이유로 제외됐던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정상 추진되고 있다.

가속기관련 정부정책이 과학적 접근이 아닌 정치적 접근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가속기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은 과학기술자나 정부 모두 같이 하고 있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 관계가 엇갈리면서 뒤죽박죽 되는 등 과학이 아닌 정치적 산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도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포항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때문에 2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후 2012년에는 450억원 올해 추경예산에는 또 다시 200억원이 편성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1700억원을 지원, 과학벨트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반영 예산 1154억원보다 546억원이 더 많았다.

기초과학의 획기적 진흥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및 세계 일류 국가 창조를 목적으로 구축하는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가 형님예산으로 계획에도 없던 포항 제4세대가속기에 밀리는 형국이다.

2000년 이후 국내 건설되거나 건설 중인 4개의 가속기 설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가 자원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추진돼야 함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국가 과학기술자원의 효율적 측면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 이용자실험이 진행 중인 반면, 중이온가속기 연구는 선진국에서 최우선 연구과제로 건설을 추진하는 등 학문적 가치가 높다.

실제 미국은 2021년, 캐나다 2015년, 프랑스 2017년, 독일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완공예정인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가 주목을 받는 것은 독창성과 입자 가속출력과 빔세기가 경쟁국의 가속기보다 높다는 점 때문이다.

여타 국가가 'IF(소전류 고에너지 동위원소 빔 생성)'나 'ISOL(대전류 저에너지 동위원소 빔 생성)'방식 하나를 채택하고 있지만,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최초로 ISOL방식과 IF방식 결합한 독창적인 방식이다.

각각 단독으로 사용 해서는 얻을 수 없는 희귀동위원소를 더 많이 생성하는가 하면 선진국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독창성 때문에 중이온가속기는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선두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보편화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비해 학문적 가치가 높고 세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는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과학적 접근이 아닌 정치적 접근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게 자괴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과학벨트 축소나 기초과학연구원 엑스포과학공원이전 등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야의 난타전이 계속되는 등 과학벨트 사업이 정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국가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이온가속기사업이 과학적 접근이 아닌 정치적 이해 관계에 밀려 정상 추진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치적인 접근이 아닌 과학적 접근을 통한 해법 찾기를 요구했다.<끝>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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