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소박하고 정갈한 '선비의 공간'

[객원기자]소박하고 정갈한 '선비의 공간'

지역 5곳 남아있어… 대덕구에 많아 동춘당 굴뚝 낮게 달아 '절제의 미덕'

  • 승인 2013-06-19 17:48
  • 신문게재 2013-06-21 12면
  • 황금옥 객원기자황금옥 객원기자
●대전의 문화유산 ① 대전의 건물 - 별당

대전에는 많은 문화유산들이 있다. 그 문화재를 찾아가 선조들의 정신과 지혜를 찾아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대전의 건물 중 별당을 둘러본다. <편집자 주>

▲ 제월당 송규렴과 옥오재 송상기는 부자간에 나란히 별당을 남겨놓았다. 제월당과 옥오재의 주출입구인 솟을대문의 모습.
▲ 제월당 송규렴과 옥오재 송상기는 부자간에 나란히 별당을 남겨놓았다. 제월당과 옥오재의 주출입구인 솟을대문의 모습.
한옥은 크게 안채와 사랑채, 기타공간으로 나뉜다. 안채는 여성들이 살림을 맡고 아이를 키우던 공간이었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금했던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곳이었다. 그와 반대로 사랑채는 남성들의 공간이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기에 쉽도록 주로 집의 바깥쪽에 위치했다. 또한 그 외 별도 건물로 집의 배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사당, 몸체의 곁이나 뒤에 따로 두었던 별당, 대문간에 붙어 있어 머슴들이 기거하던 행랑채 등이 있었다.

별당은 집안의 가장인 남자 어른이 여러 용도로 쓰기 위해 사랑채의 연장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손님을 맞거나 친구와 한가로운 만남을 갖는 일, 학문을 토론하거나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 나아가 마을의 문제를 의논하는 지역사회의 공동대화 장소로도 쓰였다. 물론,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사색하고 경치를 감상하는 일 또한 별당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선비에게 있어 별당은 중요한 공간이었고, 선비의 생활을 담아내는 별당은 주인의 성품을 나타내도록 소박하고 정갈하게 지어졌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대전지방에는 많은 명현거유들이 나왔다. 그들은 선비의 공간이었던 별당에서 자신의 성리학적 소양을 키워 나갔으며 송준길, 송유, 김경여, 송규렴과 송상기 등은 그들을 닮은 별당 건물을 오늘날까지 남겨 놓고 있다.

▲ 송애당
▲ 송애당
대전의 별당으로는 보물 제 209호 송준길의 동춘당, 대전 유형문화재 제2호인 송유의 쌍청당, 제8호인 김경여의 송애당, 제9호인 송규렴의 제월당과 송상기의 옥오재 등이 있다. 동춘당을 제외한 세 곳이 모두 대덕구 계족로에 위치해 있으며, 동춘당과도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동춘당은 절제되고 정갈한 것이 특징이다. 송준길 선생의 인품대로 단아하게, 특별한 꾸밈없이 고송을 비롯한 몇 그루의 나무만 심어 놓았다. 또한 남이 보는 앞에서 편히 놀고, 먹고, 자는 행위를 자제했던 성리학적 덕목에 따라 따뜻하게 불을 지피는 것 까지도 조심스러워했던 주인의 성품에 따라, 불이 잘 지펴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굴뚝을 아주 낮게 달아 놓았다. 오랜 친구이자 친척이었고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 우암 송시열이 써준 동춘당 현판이 볼거리다.

조선 전기의 학자인 쌍청당 송유는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의 기상을 담고자 별당을 자신의 호인 쌍청당이라 했다. 근처에 자리잡은 별당 중 제일 먼저 만들어진 것이며 가장 모범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다른 건물에 없는 단청이 채색되어 있는데, 이는 궁궐이나 사찰, 사당을 제외하고는 단청을 금지하기 이전에 만들어 진 것이어서 개인 건물로는 특이하게 단청이 칠해져 있다.

쌍청당에서 불과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송애당은 조선후기 송애당 김경여가 지은 별당으로 '눈서리를 맞아도 변치 않는 소나무의 곧은 절개와 높이 우뚝 선 절벽의 기상을 간직하겠다' 는 뜻을 담고 있다. 송시열, 송준길과는 사계 김장생에게서 글을 배운 동료이기도 하다. 건축사적으로 기호지방 별당건축의 기장 전형적인 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동춘당
▲ 동춘당
부자간에 나란히 별당을 남겨놓은 이들은 제월당 송규렴과 옥오재 송상기다. 동남쪽이 훤하고 맑게 개인 밤에 달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집이라 해서 제월당이라 했는데, 선생의 인품 또한 온화하고 맑아 벼슬을 내린 것이 여러 번이었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고 한다.

옥오재는 '차라리 깨지더라도 옥을 택하겠다' 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옥오재 송상기는 '옥오'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밝은 창 깨끗한 방에 앉아 향을 피우며 좌우로 쌓인 책 속에서 한 점의 세속도 이르지 않음은 옥오의 방이고, 아름다운 행실에 힘쓰고 인색함을 버리며 보배로움을 품고 더러움을 끊음은 옥오의 몸이며, 높고 밝은 경지를 탐구해서 홀로 투명한 곳에 도달하고 지수명경처럼 조금의 티와 가림도 없게 하는 것이 옥오의 마음이다.'

늘 봄과 같이 항상 새롭기를 바라고, 청풍명월의 기상을 닮길 꿈꾸고, 소나무의 절개와 절벽의 기상을 얻길 소망하고, 밝은 달과 함께 차라리 깨어지더라도 옥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간, 별당. 별당은 그런 마음을 소리없이 전하며 오늘도 이렇게 서있다.

황금옥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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