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뭐니해도 기부문화와 자원봉사 문화의 두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의 기부문화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경제발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1년 평균 1인당 130만원을 기부하며 국민 70%가 정기적 기부자인데 비해 한국은 1년 평균 1인당 6만원, 정기적 기부자는 18%에 머문다.
이런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역사적·경제적·문화적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정신에 의한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결여된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 기부활동은 부유한 사람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 잣대였다.
특히 그 중심에는 미국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있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돈벌이에 급급한 수전노가 아니라 부를 사회에 환원시킨 존경할 만한 경영자였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미국 역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기부영웅이다.
부동산 투기로 졸부가 되어 서민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명품족으로 자기 과시를 일삼는 일부 천박한 부유층과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대전장애인총연합회장의 진정한 책무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우리 대전지역의 기부영웅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오늘은 첫 번째로 대전상공회의소 수장인 손종현 회장을 소개한다. 그는 100년된 장인기업 오너다.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첫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유행을 초월한 10년 이상된 양복과 구두, 어떤 기념식 마크가 찍힌 3만원짜리 시계를 차고 얼굴에서는 군자의 모습을 풍기고 있었다. 천박한 졸부들의 번들거리는 고급 양복도, 명품구두도, 시계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툭툭 던지는 질문 속에 우리 사회의 약자인 장애인의 참 모습을 알고자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올해 1급 척수 중증장애인을 본인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고 모든 편의시설들을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개조했다.
오는 22일에는 척수장애인들의 축제로 엑스포 남문광장에서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 비장애인과 더불어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까지 마련해 이른바 장애인 복지 종합 선물세트를 만드는 구상을 선보였다. 이 축제를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매년 계속하겠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고 숙연해졌다.
장애인들의 애환과 고통을 외면하고서 어떻게 21세기를 살아가는 복지시대에 앞서 간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진정으로 복지 혜택이 시급한 중증장애인들을 외면하고, 구성원 숫자보고 다리하나 불편한 경증장애인들을 위해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언이설로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측은하기 그지없다.
립서비스만 하는 지도자들은 성경에 나오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경구를 되새겨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가 되려면 장애인도 등급을 알아야 한다. 다리한쪽 불편하고 손하나 불편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어울려 더불어 사는데 조금만 노력하면 장애를 극복한다. 이번 가을엔 손종현 회장이 또다른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때를 가리지않고 행사때마다 수천 그릇의 식사를 제공하고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유성 구암사 복창스님,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최초로 구성된 150여명의 후원회와 김정태 회장의 관심과 배려 섬김이 계속되는 한 대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는 행복한 도시가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사회의 진정한 또 한 사람의 기부영웅 탄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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