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선 혜천대 총장 |
전쟁의 참혹함은 사상자의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한국군 22만여 명이 조국을 위해 산화했다. 또한 미군 3만 6000여 명과 기타 UN군 3700명이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민간인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남북 양측의 인명 피해는 450만 명에 달한다. 전쟁은 20만 명의 미망인과 10여만 명이 넘는 고아들을 만들었으며, 1000여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을 만들어 냈다. 이때 파괴된 공업시설은 절반에 가까웠다.
경제적, 사회적 암흑기를 초래한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 1953년 7월의 휴전이후 분단의 장벽은 더욱 고착화되어 지금까지도 남과 북은 총칼을 맞대고 있다.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준 한국전쟁임에도 우리 국민들은 6·25를 잊고 있었다. 한국전쟁 60주년기념 사업회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의 국민들은 이 참혹한 전쟁이 '몇 년에 일어났는지', '누가 일으켰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1이 한국전쟁의 발발 연도조차 잘못 알고 있거나 아예 모르고 있었다. 특히 19세에서 29세 까지 젊은 층의 47.4%가 한국전쟁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30대, 40대, 50대의 20%이상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은 '북의 침략'에서 비롯된 사실임을 알지 못하는 응답자도 14.6%에 달했다. 특히 30세 이전의 젊은 층으로 갈수록 한국전쟁에 대한 무지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설문결과를 종합해 보면, 6·25라는 역사적 사실이 점차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조사결과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30년 후에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국전쟁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쟁조차 알지 못하는 '무섭고도 암울한' 상황은 한국사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최근에 서울신문이 연재하고 있는 '위기의 한국사 교육'에 의하면 초ㆍ중ㆍ고 교육과정에서 한국사는 그저 그런 암기과목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설문에 응답한 518명의 고등학생 중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겠다는 학생은 33%(169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치른 2013학년도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인문계의 경우 12.8%였고 전체적으로는 7.1%에 그쳤다.
과거를 바로 알아야 현재의 상황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초석은 올바른 역사인식에서 출발된다.
중국은 이미 20년 전에 '초ㆍ중ㆍ고 역사과목 정치교육개요'를 발표했고, 중화민족의 전통과 애국의 정신을 제고시키는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고등학교 역사과목 표준을 제정하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국사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둔갑시키려는 획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초ㆍ중ㆍ고에서부터 국사를 공부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를 필수로 채택하고 있으며 독도의 영유권 주장과 함께 위안부들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선진국들도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민들에게 역사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다. 1주일에 3~4시간을 역사교육에 할애하고 있는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시급히 역사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역사인식 부재로 인해 국가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창조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할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선열들이 흘린 피와 눈물과 땀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도리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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