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잊혀지지 않은 정치 낭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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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잊혀지지 않은 정치 낭인들을 위하여

[중도시평]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3-06-18 14:00
  • 신문게재 2013-06-19 20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장면 1:때는 1997년 1월, 당시 본사 사주였던 고 이웅렬 회장 영결식이 열렸던 대전시 갈마동 옛 중도일보 사옥(현 대전일보 사옥) 앞. 영결식을 치르기 위해 연단이 꾸며지고 참석한 내빈이 앉을 자리가 30~40여석 마련됐다. 영결식이 시작되고 JP(김종필 전 총리)의 추도식사가 이어질 무렵, 뒤늦게 나타난 한 참석자가 앉을 자리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그러나 이미 다 차버린 내빈석에는 그가 앉을 의자하나 없는 상태. 어느 누구도 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뒤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가 이내 자리를 떠버렸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관선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홍선기 전 대전시장이 민선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의 한 장면이다.

#물론 염시장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의 긴 여정을 걷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앉고자하는 자리를 남에게 빼앗기고 본의 아니게 방황하는 시절을 겪게 마련이다. 특히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정치 낭인으로 전락해 방황기를 겪을 때면 소위 잘 나갈 때 그리도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정말 야속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자체가 공포 수준이라는 말까지 숨김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박성효 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 전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을 뿐이다. 본래 박 의원은 시장자리에 더 미련이 있는 인물이다. 2010년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에게 패배한 이후 그는 지난해 5월에 치러진 19대 총선 이전까지 절치부심했다. 총선을 앞두고 필자는 그에게 출마의향을 물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총선에 출마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2014년 6·4 지방선거에 시장출마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당의 부름에 그는 결국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고 이제 그가 애당초 우려했던 현실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국회의원 출마로 그의 정치 낭인 시기는 그리 혹독하지 않았으나 시장 출마를 결행할 경우 지역민들에게 어떻게 해명하느냐가 풀어야 될 과제로 남아있다.

#정치인 가운데는 스스로 정치 낭인의 길을 걷는 사람도 더러 있다. 바로 이완구 의원이다. 오늘날의 세종시가 있기까지 그의 도지사직 사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그의 사퇴는 언젠가 보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포돼 있다. 이 의원이 도지사직을 사퇴하기 직전 필자는 그에게 '사퇴 대신 삭발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삭발 같은 보여주기식 제스처로는 자신의 열정을 다 표현하기 어려웠던 듯싶다. 결국 그는 2009년 12월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반발, 지사직을 사퇴했다. 이후 그는 지난 4·24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까지 3년4개월 가까이 정치 떠돌이 신세를 겪어야 했다. 특히 그의 정치 낭인시절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까지 겹쳐 누구보다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정치 낭인의 길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어디 그들뿐이랴. 강창희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뿐더러 권선택, 임영호, 이재선, 선병렬 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내년선거를 겨냥해 절치부심하며 외로움을 곱씹고 있으리라. 이제 머지않아 신당창당 움직임은 물론 이합집산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며 많은 정치 낭인들이 이곳저곳 기웃거릴 것이다. 정치의 계절마다 어김없이 철새 정치인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목도했다. 누구라고 콕 집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어느새 머릿속을 스쳐가는 그들 말이다. 물론 오랜 세월을 정치인으로 지내다보면 한 두 차례 철새로의 변신은 불가피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끊임없이 정당을 바꿔 타고 유권자 앞에 나서는 그들, 정말 철새 정치인으로의 낙인이 두렵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정치낭인들에게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유권자들의 머릿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것임을 되새겨야 봐야 한다. 다시 돌아온 정치의 계절에 잊혀지지 않은 정치 낭인들이여, 모두 파이팅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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