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대학을 야간에 다녔습니다. 낮에는 식당에서 일했죠. 방을 얻을 여유도 없어서 독서실에서 3개월 정도 산 경험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대학 1학년 때 교회를 다녔는데 그 시대상황에서 농민과 노동자, 빈민의 삶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고, 이런 물음과 응답을 얻고자 기도할 때마다 민중의 고통을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답니다. 어렵게 대학 1년을 보내고 군대를 가려고 기다리는 시간에 서울 성수동 공장에서 야간에 일했는데, 물건을 들고 이동하다가 허리를 다쳤죠. 그로 인해 몸이 많이 아파 요양하러 고향에 갔는데 그해 여름에 기록적인 폭우로 옆 마을에서 산사태로 사람이 죽고 논은 흙탕물에 잠기고 그야말로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났죠. 폭우가 그친 어느날 제가 머물던 방 앞의 작은 화단에 너무나 예쁘게 장미꽃이 피는 광경을 보면서 저도 몸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기도했습니다. '건강해진다면 저도 누군가의 장미꽃이 되어 좌절 속에 있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꽃이 되겠습니다. 손길이 되겠습니다'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이 결국 사회복지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좋은 일자리,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자활사업을 합니다. 자활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복지관에서 일했고, 2001년부터 자활사업을 했으니, 올해로 13년째네요. 저는 대전지역자활센터협회의 대표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5개 구의 자활센터가 협동과 나눔을 통해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요. 대전의 자활사업은 16년전 시작됐습니다. 돌봄영역의 다양한 일자리인 노인장기요양제도와 장애인활동보조사업, 아가마지 산모돌보미 사업, 가사간병방문사업 등이 자활사업에서 시작됐답니다.
-일을 하면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뭔지요.
▲요즘에 '마을'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네트워크가 안정되게 구현되는 것이 마을인 것 같습니다. 그 마을을 생명력있게 만드는 것이 협동이고 선한 연대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주민들의 자활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주민들과 지원하는 자활센터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 모두가 협동정신과 연대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개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배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꾸준히 배우고 노력하고 있지요. 함께 일하는 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도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는 독재자처럼 지시(?)합니다. 누군가를 도와 자활하도록 지지하는 일은 자신의 성찰과 배움이 우선돼야 합니다. 저희 센터에서 일하는 주민분들도 많이 공부합니다. 야간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기쁩니다.
-센터일을 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뭔지요?
▲서구청의 지원을 받아 센터에서 희망의 인문학 대학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6개월간 각 대학의 교수님들이 참여한 가운데 철학, 문학 등 6과목을 공부하고 목원대에서 졸업식을 했거든요. 그때 명예수료증을 받고 기뻐하던 주민분들의 환한 얼굴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자활은 빵보다 빵 만드는 기술, 그 기술보다 먼저 삶에 대한 마음을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인문학 수업이 주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해 주어서 정말 흐뭇한 일로 기억에 남습니다.
-센터장님으로서의 보람을 전해주실까요?
▲센터를 통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한 분들을 뵈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자활기업을 만든 결과로 최우수자활센터로 선정됐을 때도 보람이 컸습니다. 저희 서구자활센터 실무자들의 열정과 주민들의 열정이 합해진 덕분이었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일을 원하는데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로 장애요인이 있는 분들이 있어요. 집안에 돌봄이 필요한 분들도 계시고, 본인의 건강 등으로 인해 일을 찾기 어려운 분들에게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대전시에서 새롭게 펼치는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일도 그중 한 영역입니다. 사회적 자본은 협동조합 정신이 구현될 때 그 완성정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자활사업을 통해 창업하는 자활기업을 협동조합 원칙에 근거해서 더 좋은 일자리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더욱 잘 해보고 싶습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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