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시설이며, 미래 산업의 먹거리 창출의 핵심이 될 중이온 가속기 구축사업이 힘든 걸음을 떼고 있다.
30~40년 전부터 가속기 연구를 시작했던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 뒤졌지만, 중이온가속기구축 사업은 미래 먹거리마련과 기초과학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만 해도 장밋빛 꿈에 부풀었지만, 사업시작 2년도 안 돼 부지 미확보, 인력부족 등 정부의 확고한 의지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속기 선진국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세계최고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한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초과학분야 새로운 강자로 부상, 산업계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정부의 각종 지원 부족 등으로 안갯속에 싸여 있다.
이에 본보는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대안 등을 점검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2.층층시하 각종 위원회, 안갯속에 싸인 가속기사업
3. 가속기 구축, 정치적접근이 아닌 과학적 접근이 필요
1.실험실 구걸연구에, 비정규직은 절반 넘어
"지금까지는 이곳 저곳 실험공간을 빌려 사용했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중이온가속기 각종 부품의 상세설계를 마치고 시작품(프로토타입)을 제작한 사업단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상세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시작품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실험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벨트 부지매입이 이뤄지지 않아 KT 대덕 2 연구센터에 세들어 있는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의 현안은 부지마련 이외에도 시작품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공간이 없는 것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세들어 있는 KT 대덕 2 연구센터 사무공간이어서 가속기사업단에서 요구하는 실험을 할 수 있는 전력이나 장치 등 설치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은 임시방편으로 국가 핵융합연구소가 임차 사용하고 있는 KAIST 문지캠퍼스 내 연구공간을 시간제로 재임차해 상세설계가 끝난 가속기장치, 사이클로트론 등의 시작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급한 대로 발등에 떨어진 불은 급한 대로 꺼졌지만, 하반기 부터는 상세설계를 마친 시작품들을 연달아 테스트해야 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10여 개의 실험공간이 필요한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은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궁여지책으로 가속기 예정부지 인근인 고려대 세종시 캠퍼스와 협약을 맺고 실험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연차실적 평가위원회 등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 이도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실험공간 확보를 위한 매듭은 풀리지 않고 있다.
여의도 4배에 달하는 미국의 페르미랩이나 18개 대학이 연합해 구축,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트라이엄프'에 비해 운영되는 가속기 수나 면적은 비교 대상도 안될 정도로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지와 시작품을 테스트할 실험실마저 없다는 사실은 가속기 관련 연구자들에게 자괴감을 주고 있다.
이에 더해 인력과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2년 사업단 정규직 정원은 50명이었지만 지난해 말 정규직은 27명, 비정규직은 43명, 연수인력은 6명 등으로 정규직비율은 35%로 10명 가운데 6~7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올해에는 계획대로라면 80명의 정규직 직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 절반이 40명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가속기관련 제작기술과 협력을 위해 미국의 페르미 랩과 캐나다의 트라이엄프에 파견된 연구자들도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중이온가속기 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는 "중이온 가속기가 기초과학분야와 산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됨에도 실험공간 확보하지 못하고 가속장치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소요되는 필요인력도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빨리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를 바랐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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