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대전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 |
물론 전조가 있기는 했다. 후보시절에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와 관련해 '선 국고지원'등 애매한 태도를 보여 불안하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부지매입비의 국고 지원이 여의치 않을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더니 급기야 미래창조과학부가 떡하니 내놓은 제안은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무용지물로 만들고 엑스포과학공원 내 기초과학연구원 정도 설립해 부지매입비도 절약하고 공약 이행 흉내만 내 보자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계획은 변경될 수 있다. 그러나 변경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제안에서 전체 사업비의 5%에 불과한 부지매입비를 아끼려고 하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 외에 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과학벨트의 미래적 구상이 어떤 장점을 얻는지 확인할 수 없다. 과학벨트 기본계획에 의하면 최적의 연구환경과 정주환경을 위해 둔곡지구로 입지할 기초과학연구원의 규모는 50만㎡이다. 그런데 미래부의 제안대로 엑스포과학공원 내로 들어가는 기초과학연구원의 규모는 그 절반인 25만㎡로 줄어든다. 규모가 이렇게 줄어도 세계적인 과학기술의 메카로 만들 수 있는지 미래부는 대답하지 않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원안이 폐기될 판인데 대전시는 지금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상황이 변경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대전시의 자세는 가상하나 그들이 튕기는 주판알의 계산서가 궁금하다. 대전시가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주장한 4가지 조건은 참 모호하다. 우선 사이언스센터 등 창조경제 핵심시설 조성인데 창조경제의 핵심시설이 무엇인지, 정부가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대전시는 알고나 있을까? 핵심시설에 대한 국비투자가 얼마나 될지, 내용은 무엇일지, 대전과 충청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지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것을 어떻게 선뜻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 하니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에 사이언스센터건립비 1000억원을 받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 부지비 3600억원을 부담하는 밑지는 장사를 할 것 같다.
더구나 대전시가 조건으로 내건 커뮤니티 공간, IBS 입주시 시민과의 공동활용시설의 설치 주체는 누구인지,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방안의 최대한 국가정책 방안의 '최대한'은 어느 정도인지 모든 것이 모호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과학벨트, 엑스포과학공원, 창조경제가 마구 잡이로 뒤섞인 계획이 제대로 검정도 되지 않고 불과 이틀 사이에 일부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학벨트는 대전시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거대 프로젝트다. 그래서 이미 나와 있는 기본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과학기술 강국을 만드는 길이다. 우리는 호구가 아니다. 더 이상 답도 없는 계산은 접고 말도 안되는 여론조사를 앞세워 지역주민을 우롱하지 말자. 대전시민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길거리마다 붙어 있던 '박근혜대통령은 과학벨트 원안이행 약속을 반드시 지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기억하고 있다. 정부와 대전시는 '약속을 지키게 만든' 대전시민들의 자존심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과학벨트 원안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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