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자 미국을 향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과 고위급 대화를 제안하면서 비핵화 문제를 의제로 다룰 수 있다고 밝히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중대담화에서 “조ㆍ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면서 “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없는 세계 건설' 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폭 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는 얘기도 꺼내지 말라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또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된다”며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특히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과 우리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담화는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해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북미 대화를 공개 제의한 것은 지난해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 이후 조성된 국제적 고립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하려해도 우선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해 남북대화를 추진했으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자 이를 남측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북미간 대화로 직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지난 3월 북한이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상황에서 당면한 안보와 경제문제를 풀고 대외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북한이 대화 공세를 이어가는 한 배경이 된다.
북한이 새로운 경제ㆍ핵무력 병진노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난해 장거리로켓 발사이후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한국과 미국과 공조하려는 움직임을 막아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 시점에 이같은 제의를 한 데는 이달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과 한중정상회담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과의 대화 제안에 이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제안하는 등 대화 제스처를 이어가는 것은 중국이 한국이나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못하게 하고 '북한 편들기'의 명분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