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 |
일반 시민에게는 언제 어디고 안전한 데가 없다. 길을 걸어 다녀도, 차를 타고 다녀도, 자기 집에 있어도 안심을 못하게 된 지경이라면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단독주택은 물론이고 아파트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낮에는 안전할 것이라는 통념도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는 강력 범죄를 보면 이 또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경향각지에서 성폭행, 살인 등 각종 강력사건이 연일 발생하고 사건의 발생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방법도 잔인하고 대담해진 것을 보면 오늘 우리사회의 병든 모습을 잘 설명해 주는 상징적 현상들이다.
6공화국의 때다. 이른바 '10·13 특별선언' 즉 범죄와의 전쟁선포와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각종 범죄의 근절에 나섰던 때도 있었다. 범죄의 온상이라 할 각종 사회병리(社會病理)현상은 한마디로 크게는 군사독재와 정치부패, 경제제일주의와 파행적인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도덕성과 사회정의의 파탄, 사회의 가치질서 황폐와 자제기능이 부족하여 생겨난 것들이다.
그저 남이야 굶든 자신만은 수백 년을 살 것 같은 환상 속에서 축재만 하고 싶은 욕심과 소비 심리를 제어하지 못한데다 우리 사회에 만연돼온 정경유착현상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 배금주의(拜金主義)와 한탕주의, 절약과 근면정신의 퇴조, 과소비와 퇴폐풍조, 이기주의와 공동체의식의 결여 등 각종 병리(病理)현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치안대책 미흡과 범죄수법의 발달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각종 범죄사건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각계 지도자와 당국이 한답시고 해온 일들이 너무도 허망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이 벌이고 있는 정치라는 것이 정부당국이 하고 있는 범죄 예방 수사(搜査), 교도행정(矯導行政) 등 각종 대책이라는 것이, 종교인들의 교회 사업이라는 것이, 교육자들의 학교교육이라는 것이, 대중매체 등의 사회교육기능이라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정치상황은 범죄를 없애고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흉포화되는 강력범죄의 원인 일부를 제공하고 있다.
왜냐하면 오늘의 정치에 있어 집권(執權)은 싸움의 구도로 타락함으로써, 또 권력(權力)과 금력(金力)을 상징함으로써 우리사회의 도덕수준의 저하에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민생에는 관심이 없어진지 오래다. 끝없는 싸움 구도는 민생은 뒷전인채 권력과 자신들의 명분을 위해 싸움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교회가 많은 나라에서 이렇게 범죄가 창궐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다는 나라에서 이렇게 사회규범이 무너진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이어받아 나라사랑의 애국정신을 새롭게 다짐해야 할 때다.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 지도자들의 허황된 행동들이 국민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 피켓을 들고 노상(上)캠페인을 벌이거나 막연한 도덕재무장(道德再武裝) 운동차원을 넘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재출발을 위한 종합적 전략을 모두가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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