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린 신세가 됐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A고는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지난 겨울방학부터 3학년 20명 가량을 대상으로 외부 수학 강사를 불러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매주 1차례씩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7시부터 진행됐다. 학생들은 외부 강사에게 수업료를 냈다. 이 사안은 학교 운영 전반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 심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처음 학부모 요청이 있었고 학생들이 학원에 갈 경우 경제적 부담을 생각해 받아들였다”며 “수업료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학교는 장소만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특별반'을 학교 교사가 지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해당 강사의 수학 실력이 좋다는 학부모 요청에 따랐다”고 덧붙였다.
비단 A고에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교육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특별반'의 외부 강사 초청 수업은 비일비재한 것이 중론이다.
각 대학 수시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논술이나 수학이 대상 과목이다.
주로 주말이나 평일 야간에 이뤄지고 있고 서울 등지에서 스타 강사를 불러들여 1인당 10만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학교의 '특별반'이 외부 강사의 '학교 안 과외'로 변질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다.
관련 법률이나 지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수업해도 또 이들에게 고액의 수업료를 지불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일종의 심화학습 형태인 '특별반'을 정규 수업 외의 교육프로그램인 '방과후 학교' 범주에 넣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교육부 방과후 학교 지침을 적용해 관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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