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그럼 명예로운 학위를 받기 의한 자격은 무엇일까.
자격은 문화·학술, 사회 및 본교의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공적이 있는자다. 이들에 대해 대학원위원회가 의결한 뒤 총장이 학위를 수여한다는 규정이 있다. 문제는 규정이 참 애매하고, 허술하다는 점이다.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학위를 줄 수 있도록 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절차를 보면 대학원장이 대학원운영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추천을 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총장이 대학원장을 통해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대학원장이 학위 수여자를 발굴해 총장에게 추천하는 것인가에 대해선 확인 할 길이 없다.
아무튼 유명하고 저명한 인사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시로 준다. 이는 우리 사회에 '박사 프리미엄'이 상상외로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다. 박사 학위를 명함에 적시해 놓는 것도 오래 관행이다. 세간에는 A대학 박사는 식당에서 딴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 시간만 채우면 쉽게 준다는 뜻일 것이다.
명예박사를 두고는 더 심한 말도 나돈다. 논문이나 연구실적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학력 가공'을 위해 아주 효율성 높은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대학은 선심과 함께 '플러스 알파'를 받을 수 있는 효과를, 학위수여자는 스펙을 쌓을 수 있으니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 첫 번째 명예박사는 1948년 8월 서울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맥아더 장군이다. 해방직후에는 미국과 가까운 것이 성공의 발판이니 대학들이 미국인들에게 학위를 많이 줬다고 전해진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해방 후 2004년 초까지 명예박사 1421명 중 1155명 (81.3%)이 정관계 인사로 나타났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 대통령 측근과 고위 요직을 차지한 실세들에게 박사 학위가 대거 주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만 빼고 많게는 8개까지 갖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통계를 보면 2008~2012년 국내 대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907명에 이른다.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학위가 나왔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호서대는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주었는데 2002년 카터 대통령이 노벨상을 타자 대학 동문이 노벨상을 탔다고 홍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카터가 이 대학 동문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고.
지역 대학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충남대가 명예 박사학위를 가장 많이 줬다. 각당 대학에 따르면 충남대가 68명, 한남대 36명, 대전대 14명, 배재대 14명, 목원대 9명, 우송대 5명, 한밭대 4명 등 모두 150명이다. 충남대는 올해 개교 61주년인 점을 감안하면 1년에 1명 꼴로 명예박사 학위를 준 셈이다.
각 대학마다 수여는 제 각각이다. 수여 기준이 너무나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여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듯 싶다.
명예박사 학위가 그다지 명예스럽지 않은 감투로 변질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1994년까지는 교육부 승인 아래 수여했지만 이후에는 올해 몇 명에게 준다는 숫자만 통보할 뿐 대학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이미 명예박사 학위제도를 없애기도 하고 있다. 미국의 MIT, 코넬, 버지니아 대학은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명예박사를 해당학교가 아닌 국가의 명예처럼 여기고 명예박사 학위라도 학문적 성과가 없으면 수여 대상이 되지 못한다. 부패가 적어 청정국가로 불리는 핀란드는 공직자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뇌물로 간주하고 있다.
뭔가를 주고 받으면서 대가성 뇌물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좋은 일을 많이하고 뚜렷한 업적이 있다 하면 학위를 몇백개 줘도 상관없다. 또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꼭 언론에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일반 박사 학위자에 대해선 보도 자료를 내지 않는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이제 우리도 명예박사 학위를 정말 명예롭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대학의 위상을 높이려고, 아니면 무슨 좋을 일을 기대하며 학위를 주는 문화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 구성원들의 감시와 대학 측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