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렬 전 한국문화예술위 책임심의관 |
이미 지난 6월 5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제110회 정기연주회로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고 서울에서의 두 번째 연주로 수도권 음악팬들을 맞이한 대전시립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서 내성적 울림과 명상적 여운이 가득한 명곡들을 연주하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근래에 들어 대전시립합창단은 연주회와 음반 취입 모두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2008년부터 선보인 원전연주 무대와 올해에 출반된 음반 등에서도 정교한 인상과 안정된 흐름이 투영된 연주들을 들려준 바 있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빈프리트 툴이 맡았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로 7년째 대전시립합창단을 지휘해온 빈프리트 톨의 해석력은 이번 무대에서도 예술적 세련도를 심화시키는 경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빈프리트 톨의 지휘와 함께 조화의 예술로 발전을 거듭해온 대전시립합창단의 음색과 짜임새도 충분히 눈여겨볼 만했다.
지휘자와 합창단이 하나의 몸체를 이루어 섬세한 뉘앙스와 정교한 짜임새를 펼쳐 보인 이날의 연주회는 많은 청중들에게 심도 있는 예술적 체험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곡은 포레의 '레퀴엠'이었다. 공연의 제2부에서 포레의 <레퀴엠>이 연주되었지만 1부에서 연주된 바흐의 칸타타 BWV 4 <그리스도는 죽음의 포로가 되어도>와 바스크스의 곡 <평화를 주소서>도 연주의 주요 레퍼토리로서 손색이 없는 곡들이었다.
특히나 바스크스의 곡 <평화를 주소서>는 현대적 인상과 섬세한 뉘앙스가 함께하는 정묘한 곡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현존하는 현대 작곡가의 단악장 음악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도 공연의 성공에 기여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바스크스의 곡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듯이 이번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원동력은 대전시립합창단이 보여준 대위법적 세련미에 있었다. 여러 개의 성부를 동시에 펼쳐나가 유려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대위법 예술은 서양음악 역사의 훌륭한 창안이다.
이번 공연에서 대전시립합창단이 보여준 다성음악적 세련미는 많은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전시립합창단을 위해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반주를 맡았다. 또한 소프라노 강혜정과 바리톤 정록기가 성악 솔리스트를 맡아 정서적 세련미를 높이는 열창을 들려주었다.
연주곡들의 특성상 두 사람의 성악 솔리스트들은 그다지 많은 악장들을 노래하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 안정된 흐름과 풍성한 울림의 성악예술을 선사했다고 본다.
공연의 관현악 반주를 맡은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기본적으로는 반주 역할에 몰두했으나, 바흐와 바스크스의 곡에서처럼 특정한 현악 파트들이 다성적 차원과 묘사적 차원에서 합창단과 동등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들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의 연주도 무난하게 잘 이루어졌다고 본다.
공연이 2부에 접어들어 포레의 <레퀴엠>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의 인원은 상당수가 보강된 모습이었다. 특히나 금관 파트의 입체감이 명상적이고 종교적인 심성과 맞닿아 정묘한 인상을 창출했다.
이 곡의 연주에서는 안정된 연주력으로 영상미의 창출에 기여한 대전시향의 금관 파트 연주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의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이번 대전시립합창단의 서울특별연주회는 합창예술의 아름다움을 확산시키고 청중들에게 인상적인 체험을 선사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충청권과 대전광역시의 예술적 성과와 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전시립합창단이 근래에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모습은 시민들의 예술적 체험과 문화생활 함양에 나름대로 고무적인 기여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합창예술은 예술작품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고 시민들의 정서함양에도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대전시립합창단의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석렬 전 한국문화예술위 책임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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