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광록 전 대전교육감 |
교사의 72%가 특히 학생지도가 고통스럽다고 답했고, 고등학생의 81%와 고등학생 학부모의 74%는 당면한 대학입시 등 우리나라 현실교육으로 인해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 나라 교육현실이 '갑'과 '을'의 문제를 떠나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 보호자인 학부모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이제 추상과 같았던 교권은 옛 노래라고 한다. 요즈음은 사소한 잘못하나라도 함부로 지적하거나 훈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교권이 실추되고 침해받아 교사는 마침내 교육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학생을 비인격적으로 체벌하는 일이 없도록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여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호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법과 원칙, 상식과 도덕, 사랑과 존경이 실종된 교육현장은 단순히 교육이라는 상품을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거래하는 인정이 메마른 삭막한 장터로 변해가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교육정책이 학력중심교육에서 인성중심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력과 인성은 교육에서 불가분의 두 핵이다. 교육에서 학력과 인성은 추진력과 부양력을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헬리콥터의 생명인 프로펠러와 같은 것이다. 이처럼 학력과 인성은 반드시 균형 있게 발달되어야 한다. 학력과 인성이 균형과 조화를 잃으면 이는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무용지물이다. 학력과 인성을 고루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본질인 쓸모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왕따, 집단폭행, 학교폭력, 자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말못할 폭행과 폭언을 당한 교사, 기물파괴 등 상식을 초월한 어이없는 일들이 교육현장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혹자는 이를 경쟁적 입시위주의 학력중심교육으로 인한 인성교육 부재에서 오는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지성교육 속에 함께 녹아 이루어지는 것이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면대면의 교과교육 과정에서 인성교육도 함께 이루어져 학교생활 그 자체가 인성교육의 장인 것이다. 아무튼 이 같은 교육현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땅이 꺼져라 개탄하며 백약이 무효라고 걱정이다.
학교폭력이 마치 불치의 병인 것처럼 백약이 무효라니 가당치도 않는 말이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이다. 학교폭력의 중심적 치유책은 바로 관심이다. 적극적인 관심이 최고의 명약이고 특효다. 무관심은 중대한 직무유기이며 매우 비열한 행동이다. 이미 교육자인 것을, 부모인 것을, 사회 어른인 것을 부정하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황폐화된 교정을 환상의 에듀피아로 만드는 데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된 끈질긴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육가족 모두가 관심의 끈을 24시간 놓지 말아야 한다.
교사가 출석부도 없이 정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마주칠 때면 이름을 불러 격려해 주고 부모의 안부까지 친절히 묻는가 하면 수시로 불러 하찮은 고민까지 빠짐없이 들어주고 챙겨주는 일은 그 학생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랑이 묻어 있는 특별한 관심의 표현이다. 이런 때에 학생은 감동하게 되고, 이런 선생님을 어찌 따르고 존경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가르침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교육은 감동이다. 교육은 울림이 있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은 사랑과 열정이 있어야 하며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에 울림을 주기위한 사랑과 열정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관심이 있어야 사랑도 열정도 생긴다. 그러므로 교육의 시발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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