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
노년세대와 중년세대의 경우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가족환경에서 성장하여 왔기에 아내는 항상 남편에 딸린 제2차적인 사람이거나 심지어 예속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그러기에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는 대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남편은 한 가정의 '주인'으로, 아내는 그를 내조해주는 '안사람' 또는 '집사람'으로 양자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전통사회의 관념이 아직 남아있는 기성세대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지위가 대등하게 되게끔 아내의 주장이 강화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가정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시대는 급변하여 여성들의 권리와 주장이 강화되고, 이제는 남성과의 대등한 관계를 넘어 여성 상위 시대라고 할 정도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당당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부관계에서도 아내의 역할이 변화되면서 대등한 부부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경제참여가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시대에서 벗어나 여성들도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면서 가정의 경제를 뒷받침하다보니 여성들이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던 집안일들의 분담을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되는 시대적인 환경에서 가장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면서 힘든 사람은 노년과 중년세대의 남성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 환경에서 자라왔고 정신과 육체에 체화되어 왔는데 어느 순간 새로운 가치관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거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난관을 맞이하게 되고, 부부갈등을 넘어 가족 간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기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맞추어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내려놓거나 버리는 것이다. 남편들이 생각해왔던 전통적인 아내의 모습과 역할을 내려놓거나 버림으로서 새로운 아내의 모습과 역할을 받아들이자는 의미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못하면 수리하거나 개조하거나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차라리 기존의 생각과 가치관을 버림으로서 새로운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적의 해결방안일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옛날이나 과거에는 변화의 속도가 자신의 생애에 걸쳐 느끼기가 어려울 만큼 미미하였으나 이제는 세대 간의 단절이 10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급속도로 빨라져가고 있다.
따라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원만하게 적응하여 평화로운 가정을 유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적인 사회 환경과 여성들의 당당하고도 주체적인 경제활동은 더 이상 예전의 아내에 대한 역할을 요구할 수가 없게 변화하였다. 이제는 여성과 아내를 남성과 남편의 대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상호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존중과 공존의 바람직한 방향은 남성들이 배웠고 생각했고 추구했던 과거 아내의 상(像)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아내의 상을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