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완석 복음신학대 문화예술치료학과 교수 |
미술관을 나온 우리 일행들의 놀라운 반응을 눈치챈 그 친절하신 분의 설명은 이러했다. 그곳 쓰라는 작은 도시 출신의 어느 기업인이 있었는데 그가 기업으로 성공을 이루자 자기 고향인 쓰(津)시의 시민들을 위해 세기적인 작가들의 유명 작품들을 수천억엔을 들여 구입해 미술관과 함께 시에 기증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일행 모두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즈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지면을 통해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이다. 비록 그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지만, 오늘날 '창조'라는 말은 사회 모든 분야의 공통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는 치열한 세계경쟁 속에 뛰어든 기업들의 핵심과제이기도 한데, 기업들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위한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과 관련된 사안이 된 듯하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의 기업 경영자들은 모두 창조적 경영이 기업 활동에 중요한 영감과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지역사회를 보다 의미있고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한 예로 '종근당'이라는 한 유명 제약회사가 매년 메세나운동으로서 '종근당 예술지상'을 시행한다. 이 사업은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선정된 신예작가들에게 실질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 많은 작가가 배출됐고 '종근당'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우리 사회에서 한층 강화됐다. 교보생명 역시 '전국 청소년 연극제' 지원사업을 그리고 삼성에서도 '삼성문학상'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에 진입된 국가로서 문화예술의 창작과 이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보다 매우 성숙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아직도 타지역에 비해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기업은 어찌 됐든 간에 기업에 유익 되는 이윤창출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지역예술 메세나사업을 속된말로 씨도 먹히지 않는 그냥 운동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그런 가운데 대전의 유일하게도 '맨발로 황톳길 걷기'를 주도하고 있는 모기업이 있지만 이도 엄밀히 따지고 볼 때 진정한 메세나운동 참여라고는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지역이 가진 문화적 환경은 아직도 문화의 불모지라는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마침 시에서 옛 도지사관사와 시장관사를 매입해 예술 레지던스 작업장소로 활용케 해준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사업을 시예산으로 집행하기보다는 대전의 어느 기업 가운데 메세나운동의 일환으로 기부가 아닌 투자로 시행됐으면 한다. 그 이유는 타지역에 대한 이 지역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프로그램이 계속 발전하고 성공하려면 기업메세나 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메세나운동은 결코 단순한 지원 사업이 아니라 기업과 예술가가 상호 신뢰 속에 협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형식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보다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창조적 경제'임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시가 주장하는 사회적자본의 확충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문화사업이 정치적인 투자심리로서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우리 지역의 모든 기업들이 메세나운동을 외면한다면 차라리 시민들이 힘을 모아 문화운동 복권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대전문화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예술매칭펀드 사업이나 예술 크라우드 펀딩사업에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정말이지 어느 땐 타지역 예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존심이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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