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64세 나이에도 초등학생들로부터 '할아버지'가 아닌 '형'과 '오빠'로 불리는 이 남자. 45년 음악인생동안 한결같이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살아있는 전설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조용필이 지난 토요일 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시민들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관객들의 손에서 반짝이는 야광봉 불빛이 무대의 화려함과 어우러져 진풍경 야경을 선사한 이날 공연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새 정규앨범 19집 '헬로(HELLO)' 발매를 기념해 진행하고 있는 전국투어 '헬로(HELLO)' 콘서트는 '무빙 스테이지'를 이용해 멀리 있는 관객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친밀함을 선보여 더 눈길을 끌었다.
본사가 2004년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조용필 콘서트를 주최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9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이는 조용필은 세월을 비껴간듯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로운 앨범을 10년만에 내놓았는데 여러분 덕분에 오늘 좋은 만남이 될 것 같습니다.”
조용필이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인사말을 건네자 수만명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졌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젊음과 열정과 패기로 어린아이부터 연로하신 어르신들까지 모든 관객을 열광시키며 무대를 장악하는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역시 '가왕'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경기장 객석 곳곳 벽면에는 '10년의 기다림, 가왕의 Hello에 대한민국은 Bounce!'라고 씌어진 플래카드들이 눈에 띄었다. 조용필이 신곡 '헬로'와 '바운스' 등을 부르며 사이사이 보여준 동영상에는 '바운스'를 율동에 맞춰 부르며 '사랑해요 용필이 형, 영원히 형의 팬이 될거예요'라고 말하는 해맑고 천진난만한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젊은 감각과 동안으로 무장한 조용필은 세대를 초월해 세련되고 대중적인 신곡을 발표하며 일약 전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가수의 영예를 다시한번 누리고 있다. 조기은퇴가 빠른 연예계에서 60대 중반에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저력이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그가 예전의 히트곡 '단발머리'와 '고추잠자리', '꿈', '친구여', '창밖의 여자' 등을 비롯해 새 앨범에 수록된 '바운스'와 '헬로'를 부를때마다 지금은 40대, 50대, 60대, 심지어 70대 할머니들까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야광봉을 흔드는 이색풍경이 펼쳐진 이 날은 세대간 소통과 공감이 완벽히 이뤄진 시간이 됐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콘서트 내내 반짝이는 야광봉을 흔들며 대전월드컵경기장을 보석처럼 밝히는 중노년 관객들의 열정과 신명이 대단했다.
아, 역시 가왕다웠다. 64세 현역 가수의 전설적인 옛 이야기를 모르는 10대들조차 감탄하게 만드는 멋진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은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지닌 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노력과 열정이 뒷받침됐기에 오늘의 가왕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64세 나이에도 '젊은 오빠'와 '형'으로 불리는 그의 폭발적인 열정과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의식이 감탄스럽다.
월드컵경기장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전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감동과 희열을 안겨준 그는 얼마나 복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가.
세상에 태어나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끊임없이 연마해 남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중도일보 독자님들 모두 축복된 삶의 주인공이 되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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