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이면 농촌에서도 오이며 가지, 참외, 수박, 호박 등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건실한 열매를 많이 얻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영양성분이 있는 물을 주는가 하면 열매가 땅에 닿아 썩는 것을 막기 위해 마른 풀이나 볏짚, 보리짚, 밀짚 등을 깔아주기도 하고 퇴비를 얹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지를 많이 쳐서 많은 꽃눈이 맺혀 건실한 열매를 얻기 위하여 순지르기를 한다.
순지르기는 땅기운을 받아 생육이 왕성한 열매식물의 원 줄기의 맨꼭대기 순을 잘라 주는 일을 말한다. 순지르기를 안한 열매식물은 곧장 한줄기만 자라게 되어 꽃눈이 몇 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순지르기를 하면 순쪽에 몰린 땅기운이 더는 뻗칠데가 없어서 곁에서 숨죽이고 있던 작은 순들을 자라게 하여 곁가지가 왕성하게 자라도록 한다. 이 곁가지도 어느 정도 곧게 자라면 원줄기에 했던 것처럼 곁가지의 순도 잘라준다. 그러면 곁가지에서 숨죽이고 있던 작은 순들이 다시 자라나 곁가지로 자라게 된다. 그러면 한포기의 열매식물은 마치 그물망처럼 풍성하게 자라게 되어 많은 꽃눈을 갖게 되고 꽃을 피워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 쑥갓과 같은 야채들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히 순지르기를 하면 할수록 연하고 맛있는 야채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순지르기 끝에 꽃눈에서 피어난 꽃들은 여간 싱그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호박, 참외, 오이의 노랑꽃, 가지의 보라색꽃, 새하얀 박꽃 등의 암꽃 뒤에 숨어 있는 여린 열매 속에서 결실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읽을 수 있다.
“호박꽃도 꽃이다”는 둥의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호박의 수꽃을 따서 꽃잎을 볏겨내고 꽃술을 가지고 암꽃의 꽃술에 꽃가루를 묻혀주거나 큰 참외를 보면 호박참외라 하면서 호박의 수꽃술을 참외의 암꽃에 가져와 꽃가루를 묻히던 추억 또한 새롭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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