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은 바로 '권태'라는 사실이다. 상류사회의 하품 나는 삶에 만족하고 있는 귀족청년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마띨드에게는 이러한 청년들이 재미없는 무미건조한 인간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속에서 유독 눈에 띤 것은 시골에서 올라온, 아직도 시골 말투조차 채 가시지 않은 풋내기 주인공이었다. 그는 야심을 가진 뛰어난 청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 자신을 숨기려 해도 그 안으로부터 용솟음치는 열정이 외부로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이를 본 마띨드는 주인공 줄리앙 소렐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뛰어난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마띨드 역시 시골뜨기 청년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파티에서 열렬한 자유주의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엿듣고는 다른 귀족청년과는 다른 그의 어두운 열정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하여 그녀는 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대하는 주인공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 둘의 관계는 급진전하게 된다.
스탕달은 이 소설에서 주인공을 사랑했던 두 여자, 레날 부인과 마띨드 사랑을 대비하고 있는데 그 특징이 재미있어 여기에 언급하고자 한다. 레날 부인의 경우에 마음의 순수함으로 인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남자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면서도 항상 주는 사랑에도 부족함을 느끼는 그런 사랑이라면 마띨드의 경우에는 그녀의 상상으로 자신의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규정을 짓고 거기에 따라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에 감동하는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서로 만나는 것만으로 충만한 기쁨이 넘치는 레날 부인의 사랑과는 달리 마띨드와의 사랑은 서로가 줄다리기하는 식의 기묘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바로 마띨드의 열렬한 구애를 받게 된 줄리앙 소렐이 그 사랑을 받아들이자마자 그녀는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그녀의 상상과는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절망한 줄리앙 소렐은 마띨드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심하던 중 어떤 점잖치 못한 신사로부터 예로부터 내려오는 상투적인 충고를 듣게 된다. 바로 여자의 질투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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