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오월조의 농사관련 부문에서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하오리라, 도리깨 마주 서서 짓 내어 두드리니 잠농을 마를 때에 사나이 힘을 빌려,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오월오일 단옷날 물색이 생신하다”라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비록 24절기는 아니지만, 세시풍속에서 단오(음력 5월 5일)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단오는 파종이 끝나는 때와 맞물려 새로 지은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부적 만들어 붙이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창포에 머리감기 등 풍속과 함께 그네뛰기·씨름·활쏘기 등 민속놀이도 전해내려온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강릉 단오제가 2005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무형유산인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속담에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5월은 농부들에게 바쁘고 중요한 시기다. 그 바쁜 와중에 잠깐 하루 쉬는 날이 아마도 단오가 아닐까 한다. 단오는 조선시대부터 설날,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에 속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기록에 의하면 “궁중의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옥추단(玉樞丹)과 제호탕을 만들어 왕에게 진상했다. 공조(工曹)에서는 단오선(端午扇)을 만들어 왕에게 진상했다”는 궁중풍속이 전해진다. 부채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도구다. 단오 무렵이면 더위가 찾아오니 이날 부채를 만들어 왕에게 진상한 것을 '단오선'이라고 했다. 전통사회에서 단오의 세시풍속은 더운 여름철의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재액을 방지하기 위한 습속, 풍농을 바라는 의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5일, 대전지방기상청은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지역기후서비스 활용 워크숍' 행사를 개최했다. 기상청이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의 하나다. 지역 농업의 경제작물인 서산생강과 제천황기, 그리고 강화순무의 재배농민 단체와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관련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기상, 기후정보를 가공해 제공해 왔다. 중간 점검차원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기후서비스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절기상 농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임에도 참석한 농업관련 기관 담당자들과 재배농민 단체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변화에 대한 예측, 병해충 발생 예측과 감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 최근 나타난 이른 더위에 우리는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30℃를 웃도는 여름 더위에 전국이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달 25일에는 대전의 낮 기온이 31.8℃까지 올라 관측 이래 1998년(31.9℃, 5월 21일) 이후 두 번째 높은 기온이다. 올 여름철도 심상치 않다. 6월이지만 벌써 전력 예비율은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배출, 이번 단오(6월 13일)에 단오선을 만들어 지인들과 선물로 주고받는 운동 등 옛 선조의 지혜를 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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