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물건, 먹을거리부터 자신이 살 아파트를 골라 달라, 심지어 아기이름 짓는 것까지 도와달라는 글이 넘쳐난다. 최근 방송에서 한 여성은 이사한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행거를 고르지 못해 빨래를 널지 못하고 있고, 칫솔 하나를 고르는 데 30분 넘게 걸린다는 고민을 호소한다. 이와 같이 어떤 것을 선택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일컬어 '결정 장애'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사람은 B에서 시작해 D로 끝난다. 그 사이에는 C가 있을 뿐이다.' 여기서 B는 Born(탄생), D는 Dead(죽음)를 말한다. 그럼 C는 무엇일까. Choice(선택)다. 인간의 삶이 결국 선택의 과정이란 사실을 말하고 있다.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스트레스의 압박도 더 커지고 있다. 사소한 선택도 쉽지가 않다.
세계 최고 권위의 선택 심리학자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쉬나 아이엔가의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슈퍼마켓에서 한 진열대에는 잼 6종류를, 다른 곳에는 잼 24종류를 진열하고 고객들에게 1달러 할인권을 주고 시식하게 했는데 10명 중 4명은 6종류를, 나머지 6명은 24종류를 찾았다. 그러나 구입실적은 확연히 달랐다. 6종류를 방문한 손님 중 30%가 잼을 샀지만 24종류에선 그 비율이 3%로 떨어졌다.
아이엔가 교수는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후회스러움 또는 실패할지 모른다는 감정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선택의 폭이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결정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식당의 빼곡한 메뉴를 보면 밥을 먹기 전부터 피곤해지는 이유와 비슷하다. 선택의 여지가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역시 다른 걸 먹을걸' 하고 후회의 여지도 그만큼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은 신중해야 하겠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더 최악의 선택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산 러닝머신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애초 살을 빼려던 목표를 달성했다면 성공적인 결정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2013년이 벌써 절반이나 흘렀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 하다가 내 그럴줄 알았지”하며 올해를 마감하는 일이 없기를.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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