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중 호락호락페스티벌 총괄기획자 겸 대전예총 사무처장 |
이런 고민 가운데서 지역의 여러 사정을 직접 듣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지역 젊은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서로 다른 분야와 여러 장르의 많은 젊은 작가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이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해서 공통점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첫 번째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자신들이 설수 있는 무대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돈이 아닌 먹을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작품을 하기위한 지원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전공과는 전혀 다른 단순 아르바이트나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간 어줍잖은 지식으로 현학적인 말과 이론으로 무장하고 빈틈없이 논리를 마련해 가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이들은 생존의 문제를 자기 예술의 길과 병행하기위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어찌 보면 문화예술 정책이라는 명분아래 책임지지도 못하는 말로 명분 쌓기만을 찾아다녔고 현실과는 너무나도 떨어진 제도와 정책의 문제를 가지고 설전을 하면서 자존심을 내세웠던 과거의 모습들이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론과 논리만을 위한 정책에만 매달렸던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예술의 현장과 현실을 마주보는 자리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욕망에서 내게 연결된 다양한 것들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대전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지역을 떠나지 않고 활동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미약하지만 그 와중에 탄생 된 것이 '목요 천원콘서트'와 '호락호락 페스티벌'이었다.
목요천원콘서트는 특정요일에 누구나가 돈 걱정없이 자유롭게 공연장을 찾아서 문화생활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보고 싶었고 또 지역의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기량을 시민들 앞에서 뽐내면서 평가를 받는 무대를 제공해주고 싶었었다. 다행히 중구청에서 청장 이하 많은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대전평생학습관에서 작년 5월에 첫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호락호락페스티벌'이다. 나 역시 대학을 다닐 때 아쉬워했던 부분이 놀 것이 없다는 거였다. 영화보고, 차 마시고, 술 마시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에 빠져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여건이 부족했다. 좀 자유스럽게 젊음의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강렬한 비트의 밴드음악과 전시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록페스티벌을 차별화시켜 지역의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점잖은 대전, 양반의 도시요 과학의 도시인 이곳에 체면과 주변의 눈치를 내려놓고 맘껏 소리 지르기도 하고 춤을 추며 놀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음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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