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담배가게 '청소년 유혹'… 현행법상 규제못해

정화구역내 편의점 등 판매·광고 무방비

학교환경 위생 정화구역 내에서조차 담배 판매가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흡연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학교보건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 200m 안을 학교환경 위생 정화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이 구역에서는 학교 보건 위생에 대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노래방, 단란주점, 게임방, 성인용품점, 여관, 전화방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담배는 빠져 있다. 때문에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학교 인근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담배를 팔아도 현행법으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실제 대덕구 A고교에서 100여m 떨어진 인근 마트에서는 담배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구 B중학교와 맞닿아 있는 모 편의점에서도 담배가 팔리고 있었다. 담배 판매 아니라 계산대 주변에는 담배 관련 광고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청소년들이 담배 유혹에 쉽게 노출돼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대전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YMCA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학교환경 위생 정화구역에 있는 편의점 110곳을 대상으로 담배 판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 결과 106곳에서 담배 판매 및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자녀를 뒀다는 A씨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조차 담배 판매와 광고가 이뤄진다면 학생들이 담배에 대한 접근이 더욱 쉬워지는 것 아니냐”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학생 보건을 담당하는 교육 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법률적 한계로 뾰족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담배자판기는 학교환경 위생 정화구역 내 설치할 수 없지만, 담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업주 또는 판매원이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팔지 않는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부와 상의해 관련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