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화 이지도시건축사무소장 |
첫째, 시민광장을 통한 주위 건물을 아우르는 '강한 중심'의 구축이다.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시립미술관, 이응노 미술관 등 대전을 대표할 만한 문화 시설과 한밭수목원, 갑천, 엑스포과학공원 등 각종시설들이 저마다 고립된 섬처럼 떠있었다. 시설과 시설, 축과 축, 길과 길,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연결고리가 부실하거나 모호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각각 연계를 전제로 구성된 것이 아니만큼 문화벨트로 묶으려면 강한 중심의 구축이 필요했다.
둘째, 움직이는 그늘이다.
시민광장은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특별한 용도없이 방치된 아스팔트 공간이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등 레포츠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했지만, 땡볕 아래 아스팔트 광장은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됐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광화문 광장처럼 특정 조형물 혹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누릴만한 시원한 그늘이었다. 하지만 60m 넓이의 폭과 500m 길이의 광장 전체를 덮어줄 그늘을 만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그늘을 제공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구름처럼 말이다.
셋째, 신명나는 콘텐츠의 개발이다. 대공원 내 주요 시설에서는 고급 예술을 지향하는 문화 공간 역할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대중 공연이나 대규모 집회와 행사, 전시 등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이벤트에 대응하는 대중문화 공간 역할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업 당시 시민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방식의 문화 콘텐츠 생산과 함께 대중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내는 매력 있는 장소 만들기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설계 공모로 선정된 설계안은 그 원안을 유지하고자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건물을 움직이게 하는 개념은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안에 큰 변경없이 건축허가가 이루어졌고 시공자가 선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공 얼마 뒤 시공사가 부도가 났다. 공사는 다른 시공사를 찾을 때까지 중단됐다. 지역기업이 공사를 이어받아 2011년 8월 준공을 했다.
남문광장은 준공과 함께 엑스포 시민광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엑스포 시민광장은 이제 만 두 살이 될 예정이다.
준공 직후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보도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엑스포 시민광장을 이용했고, 그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민광장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쓰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에 있다. 설계를 하면서 고려한 다양한 쓰임이 많은 부분 실현됐다.
시민광장의 설치 목적인 새로운 개념의 차별화된 문화 관광명소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시민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우리의 노력은 텅 빈 광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감동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시민광장의 이용이 관리적 측면이나 행정적인 문제로 원래의 용도로 이용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시민들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겠지만, 하루빨리 시민광장을 원래의 의도에 맞게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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