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호국'이란 “몸 바쳐 나라를 지킴”이요, '보훈'은 “공훈을 세운 분들에 대한 보답”이란 뜻이리라. 숭고한 의미를 지녔다. 국민은 그 낱말에서 무얼 연상할까? '전쟁' '현충원' 또는 '충무공' 등을 떠올리리라.
6·25전쟁이 휴전된 지 60년이다. 많은 국민은 전쟁의 참상을 모른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앞장서 싸우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슴을 쥐어짠다. 한국이 10.2%로 단연 꼴찌다. 일본은 무려 41.1%에 달하고 중국도 14.4%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한·중·일 3개국 청소년에 던진 질문이다. 2006년 3월에서 6월 사이에 한·중·일의 중고교 2년생과 대학생 등 29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애국 냉소병'에 전염된 건가.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장군의 아들' '신의 아들' '하나님 아들'들은 어찌 생각할까? 병역 면제자들은 켕기기는 하는 걸까. 하기야 MB정부 때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여당대표도 몽땅 군 면제자였는데 뭐…. 위안 삼을 수도 있다. 주로 힘깨나 있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대한민국을 수호한다고,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어 댄다. 검정 옷 입고 현충원에 가 묵념한다고 호국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다. 남북한은 아직도 준 전쟁상태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됐을 뿐이다. 평화협정도 아니고, 상호불가침조약도 아니다. 60년간 전면전으로 충돌을 안 했을 뿐이다. 비상 상황이다. 우리 국민은 먹고살 만하니 태평성대인 줄 안다. 천안함사태와 연평도포격사건이 터져도 그때만 호들갑이다.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일이다. 한 작은 나라에 외적 침입이 잦았다. 백성들은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영특한 재상이 전투력 강화계획을 세운다. 급한 대로 말 오백 마리를 구입했다. 전쟁에 대비해 열심히 훈련시킨다. 유비무환일까. 잦았던 외적의 침입이 뚝 끊어졌다.
태평성대가 이어진다. 비싸게 들여와 훈련시킨 말이 쓸모없게 됐다. 마냥 놀릴 수는 없지 않은가. 방앗간으로 보내 방아를 찧게 했다. 심심했던 말들은 신이 났다. 빙글빙글 돌면서 연자방아를 돌린다. 1년여 방아를 찧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은 터지고 만다.
이웃 나라에서 국경을 넘어 진격해 온다. 오백 마리 말도 급히 전쟁터로 보내졌다. 이 일을 어쩌나! 말들은 '돌격 앞으로~!'를 모른다. 옆으로만 빙빙 돈다. 방아 찧던 습관만 반복할 뿐이다. 훈련 기간에는 질풍처럼 내달았던 말인데…. 일 년 만에 쓸모없어진 것이다. 그 나라는 어찌 됐을까? 망할 수밖에….
'호국'에는 때가 있는 게 아니다. 장군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높은 자들의 공적은 더욱 아니다. 그들은 대개 '립서비스'만 한다. 국민 모두가 호국자다. 자기 직분에 충실함이 호국이다. 궂은 일 작은 일에 땀방울 흘림이 애국이다.
어느 날 공자는 노()나라를 떠나 제(齊)나라로 여행 간다. 그의 나이 35세. 제나라 경공(景公)이 공손히 공자를 맞이하며 한 수 지도를 받는다. 튼튼한 나라의 도리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때 공자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안분수기(安分守己)' 고사성어에 담긴 이야기다. 자신의 본분을 지키라는 뜻이다. 그게 '호국'이다. 본분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현충원에 가면 숙연해진다. 한 바퀴 돌면 머리도 돈다. 국가원수 묘역은 으리으리하다. 80평도 넘는다. 장군 묘역은 8평, 사병은 1평도 될까 말까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장군묘와 사병묘에 구분이 없다. 이등병과 장군의 묘역이 4.5㎡로 같다. 한 평을 조금 넘는다. 무명용사 주검이 진짜 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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