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부품 사용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중소상인들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가 제대로 시행될지 미지수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은 수긍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지속됨에 따라 적극적인 동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상인들은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고객들의 요구가 계속되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단속에 대한 실효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중소상인들에 따르면 이른 더위기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냉방기 가동을 놓고 적지 않은 눈치를 살피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사상 최대 전력난이 예고되면서 전 국민의 에너지 절약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냉방기 가동을 하지 않을 경우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내부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개문 냉방 영업 등이 여전한 실정이다.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A(여·45)씨는 “가게 문을 열어 놔야 고객들이 호기심에 들어오고, 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야 이것저것 고르면서 물건을 사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은 수긍하지만 현실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에 따른 적발 실적도 시원치 않다.
개문 냉방 영업 등으로 경고장을 받더라도 실제 과태료로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문데다가 중소상인들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기업 이미지 하락 등을 우려해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를 대부분 준수하지만 소규모 중소상인들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여름 전국 지자체와 함께 35만여개의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 개문 냉방 영업으로 경고장을 받은 사업장은 1241곳, 과태료는 9건이 부과됐다.
지난 겨울에도 난방온도 제한과 관련해 16만여개의 사업장 점검 결과, 424곳이 경고장을 받았고, 과태료 부과는 없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에너지 사용제한과 관련해 점검한 결과,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만 중소상인들은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등의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상인들 대부분이 생계유지와 매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해 강력한 단속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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