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지역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이른바 '위기모면용'이라면 이는 더 치사하고 졸렬한 방책이다.
5월말 결론은 보기 좋게 물건너 갔다. 일각에선 곧바로 결말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결론에 앞서 분명히 해야할 게 있다. 과학벨트 규모다. 당초 지정된 면적 344만3000㎡에서 단 1㎡도 축소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이와 관련해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학벨트와 관련한 정부의 형태를 두고 지역민의 생각은 한마디로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지역민들이 이같이 생각하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규모가 2011년 수립한 기본계획에서 절반수준으로 축소하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진행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IBS는 과학벨트를 이끌어갈 일종의 사령부다. 이런 사령부의 면적을 기본계획에서는 50만㎡로 잡았으나 예타는 26만㎡로 대폭 줄이고, 건물면적도 18만㎡에서 12만㎡로 축소할 움직임일 때 과학벨트 역시 규모가 줄지 않을까하는 우려감과 함께 불신감을 높이고 있다.
조성기간도 문제다. 당초 2017년 완공을 2021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속셈은 분명 지역에 대한 희롱이 아니고 무얼까.
이런 가운데 IBS의 입지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엑스포과학공원을 대체부지로 활용하겠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엑스포과학공원의 재활용 차원에서 반겨야 할 지, 아니면 또 다른 속셈으로 해석해야 할 지 여간 고민이 아니다.
당초 과학벨트 부지인 신동ㆍ둔곡지구에 입지하려던 계획에서 슬그머니 엑스포과학공원 부지로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엑스포과학공원 재활용문제만 놓고 볼 때 염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창조경제 전진기지로써 연구단지와 과학벨트, 그리고 엑스포의 상징성 등을 연계한 IBS입지는 꽤 괜찮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제반 여건도 IBS의 위상을 한 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엑스포과학공원 활용이 꼭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IBS만 집어 넣는다면 하나의 연구원을 유치한 결과이니 만큼 과연 뭘 담고 가야할 지 지독한 고민이 필요하다. 뜬구름 잡는 창조경제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과학벨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중 하나인 중이온 가속기 건설사업도 못박아 둬야 할 대목이다.
IBS와 중이온 가속기는 하나의 국책사업으로 전개돼야 한다. 과학벨트사업에서 IBS만 떼놓고, 중이온 가속기만 떼놓고 논할 수 없다. 여기선 과학벨트와 IBS, 중이온 가속기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즈음 일부에서는 IBS가 엑스포과학공원 부지로 빠져 나오려고 하는 것은 과학벨트 부지면적의 축소를 의미하는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또 IBS와 중이온 가속기를 따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예타에서 IBS 면적축소와 더불어 과학벨트마저 축소된다면 중이온 가속기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것이다. 가속기 거버넌스를 주장하면서 가속기 사업을 뺏어갈 논리개발에 열중인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보통 심각한 게 아니란 판단이다.
정책 관계자는 이를 두고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하겠지만 과학벨트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지역민에게 보여준 일련의 형태에서 믿음보다는 불신을 조장했기에 이런 우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당초의 약속이행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중앙정부는 뼛속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궤를 같이해 지역 정치권에서도 과학벨트와 관련해 철저한 공약이행을 지켜내야 한다.
지역민 역시 남의 일이 아닌 내일로 대전의 미래가치를 살리고 물려주기 위한 결집된 힘을 모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과학벨트는 이제 창조경제의 전진기지이자 대전의 미래 성장 동력인만큼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한치의 규모축소도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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