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세계의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은 곡물의 가격과 공급이 아닐 수 없다. 굶주림보다 더 큰 시련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의 큰손들이 거대한 곡물농장의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하거나 식량을 무기화하여 식량전쟁이 본격화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첫 번째 실현한 것을 농업혁명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렇듯 식량은 인간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곡물의 생산량을 높이려 온갖 슬기와 노력을 다해왔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업과 미곡생산은 부국강병과 직결된 일이었다. 지금은 다른 쟁점들에 밀려 약간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손치더라도 여전히 한켠에서는 농업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는 많은 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쌀을 생산해 내는 벼농사도 특성상 제한된 면적의 땅에서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하는 집약농업의 결정체였다. 그러므로 항상 생산량에 제약이 많았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벼는 속성상 새끼치기를 많이 한다. 벼농사를 짓는 데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병충해 방제도 해야 하고 물 관리도 잘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새끼치기가 적정하게 이루어져서 벼 이삭이 제대로 결실을 보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 모를 심을 때가 중요하다. 벼들이 너무 빽빽하게 새끼 쳐서 자라나면 웃자라고 약해져서 공기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병해충이나 수해를 당하여 넘어지기가 쉽다. 병충해 방제를 위한 소독이나 거름을 주기도 힘들고 물 관리를 하기도 힘들게 된다. 그 반대로 너무 성글게 심어도 소출에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좌우로 줄지어서 조금씩 빽빽하게 심고 줄 간격의 폭을 넓혀 주도록 하였다. 그것은 바로 소주밀식(小株密植)이었다.
아울러 필요한 성분의 비료를 때에 맞추어 적절하게 잘 주도록 하였는데 바로 시비법개선(施肥法改善)이었다. 화학비료대신 퇴비를 많이 쓰게 하기 위하여 퇴비증산(堆肥增産)을 권장하기도 하였다. “소주는 밀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둥, “시비를 거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는 둥 우스갯소리도 유행했지만 이러한 노력으로 보릿고개와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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