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 강의, 가슴에 불 지펴… 송촌실버대학 탄생의 계기됐죠”<영상>

“노인대학 강의, 가슴에 불 지펴… 송촌실버대학 탄생의 계기됐죠”<영상>

형편 어려워 방황할 때 친구 도움받아 목회자 길로… 염치 불구 신혼방서 살기도 송촌컨벤션센터는 지역주민을 섬기기 위한 건물… 차상위 계층 프로그램도 다채

  • 승인 2013-06-04 14:07
  • 신문게재 2013-06-05 11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복지목회의 대명사'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1991년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산 2번지 밭의 비닐하우스 천막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신도는 어른 11명, 어린이 7명. 개척교회였기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차츰 자리를 잡게 되자 '이웃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복지목회'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들어온 것이 '노인복지'였다.

2000년대 초 당시에는 노인들이 소일거리를 하거나 문화행사를 즐길만한 공간이 없었다. 노인정이나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을 보며 실버세대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슴에 불이 붙었다. 그렇게 뜨거운 열정과 기도로 2002년 '노인대학'이 시작됐고, 12년째 매년 5월이면 충무체육관에서 지역 노인 6000여 명 이상을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고 공연을 선보이고 선물을 전해드리는 '행복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교회 맞은편에 지역민을 위한 송촌컨벤션센터를 완공, 주민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효자 교회'로 소문난 송촌장로교회(대전시 대덕구 중리동)의 담임목사이자, 이웃을 위해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섬김을 실천하는 '복지목회'의 대명사인 박경배 목사를 지난 3일 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나 목회 철학과 섬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역 노인들을 위한 송촌실버대학을 개설한 것이 2002년이었죠. 당시에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노인대학을 개설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늘 드렸던 네가지 기도 중 하나가 '복지목회'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십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척교회를 일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복지목회'에 대한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2000년도쯤 기독교연합봉사회관의 '노인대학 세미나'에 우연히 참석하게 됐고, 거기서 강의를 들으면서 가슴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게 송촌실버대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인대학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신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솔직히 초기에 '노인복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을 때 성도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노인복지에 대해 설교하고 공감대를 넓힌 결과 노인대학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시작하자마자 어르신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오실 때는 900명까지 찾아오실 정도였죠. 당시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이 필요했던, 시대적 상황과 필요성이 노인대학과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송촌실버대학으로 인해 지역 교회에 노인대학이 잇따라 세워지는 계기가 됐죠?

▲그렇습니다. 현재 대전에서만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교회가 30여곳으로 늘었으니 송촌실버대학이야말로 '노인대학'의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노인대학'을 운영하면서 보람도 컸을 것 같습니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교회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노인들을 섬기면서, 성도들도 자긍심을 갖게 되고 그만큼 교회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교육과 문화와 복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려 합니다.

-지역주민을 위한 송촌컨벤션센터를 지을 때도 남다른 뜻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교회는 지역을 외면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역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송촌컨벤션센터를 짓게 됐습니다.

-송촌컨벤션센터는 외양도 참 아름답습니다. 1층 카페도 멋지던데요. 컨벤션센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요?

▲송촌컨벤션센터는 저희 교회 신도만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교육과 문화와 복지로 섬기기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교회 느낌이 나지 않도록 지었고, 다양한 취미 교실과 문화강좌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상위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연예인 초청 행사도 자주 열리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연예인을 초청하면 사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웃음) 하지만 연예인이 방문하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참석하십니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할 수 있어서 연예인을 자주 초청하는 편입니다. 조만간 탤런트 최수종씨와 15살의 색소폰 천재 허민군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동안도 가수 윤복희씨, 가수 출신 윤항기 목사, 코리아나 멤버 등이 다녀갔습니다.

-'복지목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지역사회와 지역민을 '섬기는' 교회가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늘 지역사회를 섬기며 신뢰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991년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한 송촌장로교회가 현재 3000여 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한 것도 섬기는 교회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복지타운 프로젝트도 구상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고령화 사회, 시대변화에 맞춰 무엇을 할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노인복지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치매를 보듬을 수 있는 실버타운 형식의 시설을 구상중입니다.

-경매 사이트도 자주 들여다보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경매사이트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웃음). 어떤 사연이신지요.

▲저는 무엇이든 비전을 갖고 노력하면 하나님이 주신다고 믿습니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한 건물 부지도 노력하면 하나님이 주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매나 경매 사이트를 일주일에 한번쯤 들여다보며 좋은 부지 매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적당한 부지를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고향은 어디신가요?

▲한국의 '사도바울'로 불리는, 문증경 전도사님이 순교한 전남 신안군 증도면이 제 고향입니다. 문 전도사님은 증도에서 외롭게 목회하셨고 결국 순교까지 당하셨지만 순교의 피를 흘려서인지 증도에서는 한국CCC(한국대학생선교회) 창립자인 김준곤 목사님을 비롯해 50여명의 목회자가 배출됐습니다. 증도는 전체 주민의 95%가 기독교인입니다. 제가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고1때 수련회에 참석해 은혜를 받은 경험이 큰 계기가 됐죠.

-섬마을 소년이 이렇게 큰 교회의 목회자로 성장하시기까지 어려움도 많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군대 제대하고 집안이 어려워서 목회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한때 장삿길로 들어섰던 적이 있습니다. 1년 정도 옷장사를 했는데 제법 수입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 교회 장로가 되어 신앙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고교시절 함께 은혜 받았던 친구가 계속 따라다니며 말리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목회를 안하면 나도 안하겠다'는 것이었죠. 결국 친구의 강권에 못이겨 다시 목회의 길로 들어섰는데 당시 기거할 방이 없어 결혼한 지 6개월 밖에 안된 그 친구의 신혼방에서 함께 살기도 했었습니다.

-요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청소년 문제는 너무 심각하지만 대안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저 혼자 고민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국가가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요즘 공교육이 무너졌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친구와 선생님과 대화하는게 아니라 휴대폰과 대화합니다. 너와 나의 대화가 아니라 컴퓨터 속 가상인물과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학력 위주의 교육보다도 인성교육, 인간성 회복이 중요합니다. 학교 교과에 인성교육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문제는 범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사회가 되찾아야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가 너무나 일 중심적인 사회가 되다보니 지나치게 삭막해져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 형성이 안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한 공간에 살면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물질의 손해를 보더라도 중요한 일에 우선 순위를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미쳤다'는 칼럼을 읽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성 회복이 우선돼야 합니다.

-저서 중 솔로몬과 여인의 연애담을 하나님과 교인들과 비유해 쓰신 성경의 '아가서' 강해 책과 '느헤미야의 리더십'을 강조하신 책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특별히 느헤미야의 리더십에 대해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지자 느헤미야는 난세에 나타나 하나님의 뜻을 이룬 탁월한 지도자입니다. 예루살렘 성벽이 불타서 무너지자 느헤미야는 울면서 하나님께 기도했고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화시켜 52일만에 성벽을 완공했습니다. 건축을 반대하는 교회 안 사람들을 보듬고, 무너진 백성들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죠. 느헤미야는 요즘으로 말하면 '국민대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한 탁월한 지도자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느헤미야 같은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 일명 '가나안 교인'(거꾸로 읽으면 '안나가')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기독교 신앙은 지키고 싶지만 흡족한 교회를 찾지 못해 떠도는 교인들이 많습니다. 그런 '가나안' 교인들이 느는 것은 목회자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권위주의적인 목회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목회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국장, 정리=김의화 기자, 사진=금상진 기자

●박경배 목사는?

▲1956년 9월16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출생 ▲백석대학 신학대학원, 연세대 신학대학원 졸 ▲대전기독신학대학 교수 ▲송촌실버대학장 ▲사단법인 대덕사랑교육문화복지재단 대표이사 ▲대전CBS 7대 운영이사장 ▲극동방송 목회자 자문위원 ▲대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대전시민문화센터 대표 ▲미래목회포럼 대전 대표 ▲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 ▲저서:성령이 충만하여 차고 넘치는 교회(2005년), 솔로몬의 아가라(2010년), 느헤미야의 리더십(2013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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