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무 경영학박사·소상공인협업화컨설팅지원단장 |
급기야 갑(甲) 과 을(乙)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을지로(乙을 지원하는 법)라는 신조어가 그렇고 최근에 일어난 남양유업사건과 배상면주 대리점 사장의 자살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가난이 세습되는 절망의 사회로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변화가 필요하다. 때문인지 최근 상생, 동반성장,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등의 용어가 우리 주변을 장식한다. 이 가운데 '을'들의 반란(?)이라 말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착한 소비라고도 하는데 공정한 가격으로 구매한 원료로 만든 상품을 파는 착한가게를 이용해 약자보호 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의 성장을 도모 경제정의를 실현코자하는 운동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을 위해 기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으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제 3세계의 노동력 착취나 원료를 헐값에 구입 경쟁력을 확보하려한다.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비인간적인 경우가 생긴다. 이를 해결코자하는 것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뜻이다. 탐스 슈즈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신발 한 켤레를 저 개발 국가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1:1 기부를 한다. 이를 기화로 이 회사는 2006년에 1만 켤레를 시작으로 단기간 급성장하여 2010년 3월까지 60만 켤레를 전달했다고 한다. 기타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 커피, 우리 밀 빵, 해피빈 등이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유럽의 윤리적 소비는 다섯까지 판단기준에 있다. 환경, 사람, 동물, 정치 그리고 생산의 지속 가능성으로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지는 않는지, 인권과 노동자의 권리는 보호하는지, 맛을 좋게 하려고 동물을 학대하지는 않는지, 상품을 생산하는 나라의 정부가 자유를 빼앗지는 않는지? 등이 판단의 기준이다. 이들은 구매운동, 불매운동, 녹색소비, 로컬소비, 공정무역, 공동체 화폐 운동, 절제와 간소한 삶, 기부와 나눔의 형태로 운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운동의 취지에는 적극적이지만 막상 제품 구매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30:3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30%의 소비자가 설문에서는 물건을 살 때 제조업체의 사회적 책임을 보고 구매하겠다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3%미만을 차지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토록 윤리적 소비는 실제 생활에서 실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여간한 마음과 철학이 없다면 말처럼 생각처럼 쉽게 윤리적 소비에 지갑을 열지 못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살펴보면 놀라운 교훈을 찾을 수가 있다. 우리나라 건국이념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 정신과 물건에 대한 품질을 보장해주라, 터무니없는 값을 받지 마라, 농민의 물건을 살 때에는 제값을 주고 사라, 나만의 이익을 위해 개인행동을 하지 마라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선 보부상 12령에서 우리민족은 이미 생활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해온 것을 알 수가 있다.
신선한 페어플레이가 강조되던 스포츠 게임에도 승부조작이 난무하는 등 돈만 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염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나 사회공헌이 윤리적 가치로 부각되는 시점이다. 드디어 사외공헌 활동도 '자선(charity)'에서 '박애(philanthropy)'로 진화하고 있다.
합리성을 넘어 윤리성이 우리사회 치유의 명약이다. 안타까운 30:3현상을 보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반추(反芻)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