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취임 후 첫 오찬간담회에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며 “5년을 이끌 기본 틀을 만들고, 또 북한 문제도 있고 해서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성적표는 우선 여론조사로 엿볼 수 있는데, 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성인남녀 1216명을 상대로 전화인터뷰 방식의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2.8%포인트)를 한 결과,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2% 로 파악됐다. 새 정부 출범초기에 곤두박질 했던 지지율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중간 정도로 김영삼 전 대통령(83%)과 비교해서는 크게 낮았지만 이명박(21%), 노무현 전 대통령(40%)보다는 높았다.
취임 후 지난 100일간 박 대통령을 가장 곤혹스럽게 한 것은 장·차관 등 고위직의 인사파동이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여론 검증을 통해 제기된 각종의혹을 버티지 못하고 낙마하고, '박근혜 인사 1호'로 불리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으로 지난달 15일 직권면직 처리된 것은 '수첩 인사'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인사패턴이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야간 기싸움으로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이나 지나서야 통과되는 등 야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소통 문제는 좀 더 개선돼야 한다는 평가다.
국정과제 부문에서는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상황이 단기간 개선되기는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생경제 부문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과 부동산 대책 등으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기반은 마련한 만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차분함을 유지한 가운데 국정에 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보나 외교 분야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얻는 성과를 거두고,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지만 이전 정부에서 멀어진 중국과 대북문제에 대해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김대중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