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포항지역에는 한 중학생의 불장난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사망자 1명, 부상자 14명, 50여 채 파손, 산림 파괴 등 피해는 물론 도심까지 위협했던 산불은 포항 지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줬던 사건이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씁쓸한 장면이 연출됐다. 포항지역 산불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경상도가 불바다가 되게 기도합니다', '우리 전라도 욕하니 천벌받는 것 임' 등 지역 감정이 섞인 악플들이 이어졌다.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위로가 필요한 지역민들에게 이같은 악플은 깊었던 지역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지역 내에서도 지역감정은 존재하고 있다. 대덕구와 대전시의 감정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대덕구를 뺀 대전시가 대덕구를 소외시키고 있고, 무조건적으로 방해하고 음해하려 한다는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지난주 성대하게 로하스 축제를 끝마친 대덕구 내부 행정망에는 한 보도기사가 게시됐다. 이 보도기사를 전직원이 숙지하고 구민 홍보자료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도 공지됐다.
대덕구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천혜 자원인 금강로하스를 활용해 먹고 마시는 '흥청망청' 축제가 아닌 가족과 힐링 등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축제였다며 참가들의 평가가 높았던 축제였다.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도 이 공지사항에 올라온 기사 내용은 놀라웠다.
대전시가 올해로 3회째인 로하스 축제(5월 25~26일)를 음해하기 위해 축제 개막식에 맞춰 시 전역에 대형행사(시민가요제, 산림박람회, 대전칼국수축제)를 개최했지만 로하스 축제에 10만여명이 참여한 성공한 축제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덕구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기간에 맞춰 대형 축제를 대전시가 개최했다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조차 팽배하게 쌓여버린 불신은 시너지 대신 악영향을 미친다.
대신 아이디어를 합하고 힘을 모아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좋은 점을 홍보하면 내용은 달라진다.
대전시민 모두가 금강 로하스를 우리 지역의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자주찾고 자랑할 수 있는 자긍심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편견과 불신은 그들이 가진 강점과 중요성을 가려버린다. 지역감정대신 배려와 신뢰로 ‘발전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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