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세종시 건설은 충청지역 만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현상을 타파하고 절망에 빠진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사적 과업이었다. 세종시는 오늘날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공공성파괴를 일깨워 주는 역사적 경고로서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는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행정이 국가발전을 선도해 왔으며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 그 때의 공직자들은 오로지 경제성장 만이 국민을 잘 살게 하는 방법으로 여기고 멸사봉공하고 헌신하며 성실하게 일했었다.
그러나 민주행정의 관견으로 바라보면 강력한 행정권한의 폐해와 재량권의 남용사례가 빈번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더구나 네오막시스트의 국가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국가가 정당화의 기능 보다 자본축적의 기능에 편향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일이다. 정부가 자본축적 기능에 충실할 때 사회는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를 양산하고 그런 사회는 공공의 가치를 무너뜨리게 마련이다. 행복한 사회는 나와 가까운 이웃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까지가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이 보장되는 법이다. 바로 여기에 오늘의 공직자들이 창조시대의 상황에 부응하는 공공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버티고 있다.
이때 과연 공공성은 무엇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독재시대에 공적 영역은 지금 보다 훨씬 더 넓었으나 공공성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일본 교토포럼의 김태창 회장은 공공의 개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내용은 무엇인지를 쉽게 풀어갔다. 공공(公共)의 개념은 사마천의 사기에서 등장하는데 임금이 신하나 백성과 함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새로운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고 규정한다. 임금이 절대권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한다면 공공성은 훼손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 바꾸어 말한다면 거버넌스, 즉 민관협치의 중요성을 언급한듯하다. 특히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과는 다른 별개의 영역을 공공으로 설정한 것은 공적 영역이 추구하는 공익과 사적 영역이 추구하는 사익을 조화하는 가치를 공공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나 중심의 사고와 국가주의가 지향하는 너와 우리라는 사고의 틀을 벗어나 우리를 강조하는 공동체주의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김 회장은 공공이란 우리말에 다사리와 같은 개념이라고도 한다. 다사리는 모두를 살린다, 또는 모두가 함께 행복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함께 행복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공복(共福)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상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위하여' 라는 말보다 '더불어 함께' 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한다. 조선시대의 위민(爲民)행정도 치자의 입장에서 백성을 위한다는 것이지 백성의 관점에서 그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백성과 더불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진정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온 여민(與民)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한 시정관리의 핵심은 시민들로 하여금 공동의 이해관계를 표명하고 충족하도록 도와주는 노젓기와 같은 서비스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다. 행정은 시민을 고객으로 여기지 말아야 하며 기업가정신보다도 시민의 지위와 공공서비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그럴 때 국민 모두를 다 살리는 행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행정학자의 과제는 흔들리고 있는 공공성을 재정립해보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걸 맞는 공직가치를 추가하여 공직자가 행정업무를 수행할 때 준거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지침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공직가치의 변화에 따른 공공리더십향상은 이 시대의 소명이고 세종시가 공공철학을 조명하는 이유일 것이다. 바라건대 세종시탄생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공공성을 회복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에 살든 누구나 함께 행복한 공복의 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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