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폭력 양상은 갈수록 흉포화·집단화돼 가는 등 마치 폭력조직의 행태를 닮아가고 있다. 게다가 SNS상에서 시비가 붙어 서로의 싸움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등 폭력배들의 세력 대결 양상마저 닮아가고 있다. 이 같은 고교생 패싸움은 구경꾼인 동료 학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모으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순천 J고교 학생들의 '패륜' 동영상 파문은 고교생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은 물론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에 대한 인성 교육 미흡으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데 대해 다시 한 번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인성교육 미흡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늘 강조되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그러나 현행 고교 시스템이 어디 그리 인성교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겠는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뒤처지는 학생들,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엉뚱한 짓을 일삼는 학생들은 늘 뒷전이기 마련이다.
노인시설로 봉사활동을 가도 인솔교사는 없기 마련이고, 학생들끼리 패싸움을 해도 교사 스스로 공연히 끼어들어 일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 문제학생과 관련된 것들은 해당 학교나 교육 감독기관의 단속이나 지도는 극히 미약할 수밖에 없다.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책임이 돌아갈 뿐이다. 학생들만 탓하지 말자. 오늘날 학교와 교육당국이 얼마나 비정한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순천 J고를 보라. 학교의 책임은 없고 일부 학생들의 전학을 빌미삼은 퇴학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비록 지금 패싸움에 손가락질 당하는 아웃사이더 고교생이라 할지라도 그에게 어떤 소질이 내재돼 있는지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교사들의 몫인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일면에는 모든 책임을 학생들 어깨에만 짊어지게 만든 채 자신들은 입시에만 매몰되는 교육당국에도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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