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대전 스카이로드'라 불리게 될 으능정이 LED 거리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대전시의 역점 사업가운데 하나로 무려 250m에 달하는 대규모 캐노피와 영상스크린이 LED 영상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런데 올 8월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심상치가 않다. 호사다마라 좋은 일을 이루려면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겠지만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지라 걱정과 우려가 앞선 것이다.
무엇보다 화려한 LED 조명이 으능정이를 터전으로 생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인들의 한숨과 눈물로 얼룩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으능정이 거리 일대는 영업환경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로 건물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고 한다. 원도심지역의 중소상인들이 불경기 속에서 겪는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인데, 임대료 부담까지 떠맡는다면 그야말로 생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자칫 힘과 돈의 논리가 으능정이 LED 거리를 영세상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으능정이 LED 거리가 조성되는 구역에만도 130여개의 점포가 상권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최근 대전시가 상권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나, 다른 지역의 상점에 비해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어 있는 탓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도 받지 못하는 실정에서 시장경제의 논리를 막을 수 있는 시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기간 동안 이후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어렵게 버텨온 중소상인들의 입장에서 편의시설의 확충보다 시급한 문제는 장사의 터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왕에 시작된 사업이 화이부실(華而不實)의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대전 스카이로드'의 성공은 원도심 활성화의 원동력인 동시에 그 자체로 대전의 도시마케팅을 위한 랜드 마크로 치밀한 전략과 대비가 있어야 한다. 23m 높이에 215m 길이에 달하는 LED 영상시설물을 활용한 사업은 여러모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주된 활용시간인 야간의 영상콘텐츠의 공급은 말할 것도 없고 주간에는 마치 고가도로의 하부공간과도 같은 유휴공간의 활용도 문제다. 단순히 영상물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만 하더라도 계속 예산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은 누군가의 부담으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상물의 개발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전 스카이로드를 포함한 으능정이 LED 거리는 무엇인가? 필자는 옛날 같은 장소에 있던 은행나무 옆 정자의 풍경을 떠올린다. 무더운 여름, 정자 그늘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랫가락…. 그곳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람을 모을 수 있었던 공간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부대끼고 살아가는 공간이 그 자체로 '문화'가 될 수 없다면 으능정이 LED 거리도 자칫 육중한 시설물을 껴안은 또 하나의 골칫거리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의 문제는 역시 사람을 중심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으능정이 LED 거리사업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관여하는 이야기이지만 으능정이란 공간에 뿌리를 두고 생업을 이어가는 중소상인들은 여러모로 으능정이 LED 거리를 이야기하는 중심에 서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소상인을 중심으로 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융합이 없다면 어떠한 정책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간판정비사업 하나만 보아도 결국 그 대상이 중소상인이 운영하는 상점인터라 그 생각을 하나로 묶지 않는다면 사업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이 누구보다 간절히 은행나무 정자의 추억을 꿈꾸는 있다는 사실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