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결과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데다,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물론 법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최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지난 2일 공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박덕흠(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 의원의 공소장에 검사의 기명날인이 빠진 것을 확인했다. 1심 공소장을 작성한 청주지검 담당 검사가 기명날인과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공소장에 하자가 발견되자, 고법은 검찰에 보완을 요구했고 검찰은 지난 9일 공소장에 서명했다.
▲효력 논란=형사소송법상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공소장은 법률상의 절차 규정 위반을 이유로 무효가 된다. 다만, 검사가 하자를 보완할 경우 공소의 제기가 유효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문제는 공선법 사건은 공소시효가 선거 후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주지검은 지난해 10월 10일 선거운동 대가로 운전기사에게 1억원을 건넨 혐의로 박 의원을 기소했고,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 4월 10일 박 의원에 대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 다시 말해, 1심 판결이 끝난 후 보완한 공소장이 과연 효력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법원, 검찰 모두 책임=이번 일은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검찰의 공소장은 주임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 결재 등의 절차를 거친 후 법원에 제출된다. 4단계를 거쳤음에도 담당 검사의 기명날인은 빠졌다.
특히, 국회의원직 유지 여부를 다투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검찰에 대한 비난과 함께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6개월 동안 이 사건을 다뤘지만, 담당 검사의 서명을 확인하지 못했다. 숱하게 공소장을 검토했음에도, 기본적인 사항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항소심 첫 재판 주목=이런 가운데, 오는 31일 대전고법에서 항소심 첫 재판이 예정돼 있어 하자가 있던 공소장으로 이뤄진 1심 판결의 효력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공소장의 효력 발생시점에 대한 대전고법의 판단에 따라, 1심 판결의 효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 변호사는 “1심 판결이 무효 된다면 검찰은 물론 법원도 치명타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효력을 인정해도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절차적 하자를 무시할 수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법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건 효력발생 시점에 대한 판단이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희진·충북=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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