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경제부장·세종본부장(부국장) |
요즘 건설업체들마다 걱정이 태산이다. '이러다간 도산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식 속에 실적공사비 제도 개선을 통한 적정공사비 보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과열경쟁에 따른 업체간 출혈수주가 건설사의 경영난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비등하다. 공공공사가 가격을 낮게 제시한 건설사에 공사가 낙찰되는 최저가낙찰제로 운영되는 데다 일감 부족으로 건설사들이 공공공사와 민간공사를 가리지 않고 수주에 열을 올리면서 심각한 출혈경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가공사 평균 낙찰률은 72% 내외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2년 1월 인하대가 발표한 연구결과 우리나라의 최저가공사 평균 실행률(실행금액을 계약금액으로 나눈 것)은 104.8%로 나타났다. 실행률과 원가절감 방법 등에 따라 업체간 손실액이 약간 차이날 수 있겠지만 이를 감안하면 건설업체가 최저가공사를 수주할 경우 5%정도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건설사가 최저가공사를 따봐야 손해나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전국 주요기관에서 공사물량을 받아 발주를 대행하는 조달청이 작성하는 예정가격(예가) 역시 과도하게 삭감돼 건설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의 예산 절감 분위기 확산으로 정부 또는 자치단체 발주 공사비가 대부분 20% 넘게 삭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건설사가 최저가공사를 75%에 수주한다 하더라도 당초 삭감 폭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주액 비율은 55%에 불과하다.
정부 차원에서 보면 예산이 절감돼 잘 된 일이다. 하지만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원도급사와 하도급사에 고스란히 전가돼 저가 공사로 인한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경기 부양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나 정작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 부실화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 대전시를 비롯해 일부 자치단체가 조례로 100억원 이상 공사에 한해 실적공사비를 적용하도록 했지만 예산절감을 들어 100억원 이하 공사까지 이를 적용, 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높다.
실적공사비는 실제로 투입되는 단가나 자재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건설업체가 저가로 낙찰한 금액을 기준으로 작성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사가 도로공사를 예가 100원 대비 75원에 수주했다면 다음에 발주되는 도로공사는 75원을 100원으로 보고 예가가 작성되고, 건설업체들은 이를 보고 또다시 75% 내외의 낙찰률로 공사를 수주하게 된다. 공사입찰이 계속 될수록 원래 초기 예산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저가로 낙찰된 금액은 실적공사비 산정 때 배제되거나 연 2회 실시하는 노임, 자재비 등 시장가격 조사를 매달 실시해 실적공사비 산정에 반영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실적공사비의 경우 발주자와 원도급자의 계약내역에서 추출하고 있어 계약내역서 단가가 오르지 않는 이상 인상될 수 없다. 따라서 계약내역서로 실적공사비를 뽑을 게 아니라 시장조사를 통한 단가조정을 해야 타당할 것이다.
올들어 인건비는 20~30% 인상돼 건설사들로선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1인 12만원 하던 목수 인건비는 15만~16만원까지 올랐으나 정부나 자치단체 발주 공사의 실적공사비 산정에는 인상분만큼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자치단체는 예산에 맞춰 공사를 발주하는 바람에 낙찰된 건설업체가 손해를 보고 있다.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가 계약을 안 할 경우 부정당제재를 받아 일정기간 공공기관 입찰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업체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건설업체로선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요구나 관계공무원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없다. 건설사는 그러나 공사에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보수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남양유업 사태로 우리사회에 불거진 '갑과 을'의 불합리한 관계 개선이 사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와 건설업체간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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