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요즘도 개발로 인한 자연훼손과 산림의 보존과 보호라는 대극적인 상황은 언제나 함께 해 왔다. 한옥과 구들의 효용성이나 좋은 점들이 말해지고 있지만, 한옥을 짓거나 구들을 덥히기 위한 땔 나무인 장작을 구하는 일은 산림과 숲을 해치는 일이 된다.
종이의 효용성은 더할 나위 없지만 아마존이나 시베리아의 산림을 훼손하는 주인공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들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과학 슬기와 장치들을 수행하여 왔다. 한옥의 크기를 규제하는가 하면 구들의 설치를 금지하기도 하였다. 나무의 분별없는 훼손으로 황폐해지면 벌거숭이산이 되어 적은 비에도 흙과 모래가 무너져 내려 산사태를 맞게 되고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토사와 피해를 막는 일은 산림을 복원하는 일밖에 없었다. 즉 벌거숭이산에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곳곳에서 산불 조심과 함께 '산림녹화'라는 계몽문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산림녹화를 위해 사방공사를 했다. 사방공사는 벌거숭이산을 복구하거나 보호하고 물 빠짐을 좋게 하거나 산이나 바닷가의 흙이나 모래가 빗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무나 떼를 심거나 돌을 쌓아 올리는 일을 말한다.
사방공사를 하는 날에는 온 마을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나와서, 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미루나무 등을 벌거숭이산에 심어 가꾸었다. 나무를 땔감으로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아궁이를 개량해 연탄이나 새마을 보일러를 쓰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묘목을 생산하는 기술도 발달하게 되면서 이제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오늘도 도심 속에서 만나는 꽃 한 송이가 끈질긴 생명력을 대변하듯이 여러 가지 이름 모를 풀꽃과 숲 내음을 찾아 가까운 숲길을 걸으며 '사방공사', '산림녹화'의 어려웠지만 산림을 복원한다는 사명감에 뿌듯했던 기억을 되살려 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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