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인생 중간결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수요광장] 인생 중간결산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3-05-28 14:15
  • 신문게재 2013-05-29 21면
  •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최근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았다”에서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인생여행의 중간결산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송 교수의 책을 읽으며 내 삶도 자연스럽게 중간결산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고백컨대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젊은 날들이었다. 평일에도 연구소에 남아 늦게까지 일하고 때로는 휴일을 마다하지 않고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최선의 삶인 듯 여기며 살아왔다. 그 후 대학을 옮겨 조금의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50세가 넘어선 지금도 여전히 인생의 중간결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1970년대 경제성장, 1980년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격변의 시대를 두루 겪으며 살아왔지만,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벌써 반세기를 살았다.

축구경기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하프타임 15분은 경기의 승패를 위해서 꽤 중요한 시간이다. 긴장을 풀며 쉬기도 하겠지만, 전반전의 전력을 분석하며 후반전의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느 지점을 가야 할 것인가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나는 하프타임을 보내고 있다. 지난날을 반추하며 인생 후반전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권의 책이 던져준 전략의 시간은 귀하고도 귀하다.

필자는 우선 인생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살피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과 행동을 천천히 그리고 결과에 조급해하지 말고 살기를 소망한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라고 했다. 꽃잎 하나만 날려도 봄이 줄어드는데 수만 꽃잎이 흩날리니 참으로 슬프다는 표현으로 가는 봄을 아쉬워했다. 참으로 예민한 감수성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온몸의 오감과 예민한 촉수만 열어 놓는다면 나머지의 삶은 시인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처럼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 둘레의 자연에 오래 눈을 두고 듬뿍 사랑을 주고 싶다.

또한, 인생 후반에는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 들면 미움도 그리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아쉬운 인연으로 끝난 사람, 찾아가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친구, 그때 정말 좋았지만 고백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이들이 종종 떠오른다.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것이 스친 인연이다. 그때 최선을 다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곤 한다. 지금부터라도 친구나 직장동료와 조화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 시기나 미움은 저 멀리 두고 양보하고 인정하면서 격려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가장 어렵지만 또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차이 인정하기가 아닐까? 서로의 차이만 인정한다면 주변과 쉽게 화해하고 서로 호감을 가지고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세월에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연륜은 나이가 주는 지혜다. 살면서 우리 생각과 달리 험한 파도가 밀려오면 당분간은 떠밀려 갈 수 밖에 없고 밀려가다 보면 어딘가 새로운 곳에 닿을 것이고 거기서 새를 씨를 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말 자신이 원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 거기에 좋은 영향력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세 가지의 열정』이라는 책에서 안젤리나 졸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선택에 당당하라.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라.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라.'

그 말은 그녀 자신을 향한 주문이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끼친 아름다운 영향이기도 하다. 한때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정신병원에도 수용됐던 그녀가 봉사를 통해 세계 자녀들의 어머니가 되었고 최근에는 유방절제 수술로 '안젤리나 효과'라는 기사가 타임지에 실리기도 했다. 그녀의 삶을 이끈 힘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선택은 그녀를 할리우드의 반항아에서 세계적 박애주의자로 변신시켜 놓았다.

인생 중간결산. 결산을 마치고 남은 나의 인생을 어느 방향을 향해 트느냐에 따라 웃으며 눈을 감을 수도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세상과 하직할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세상의 마지막과 조우할지는 손에 핸들을 쥔 나의 선택에 달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