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법관에 따라 다르고, 대부분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피해자 측과의 합의 등이 형의 감경 사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양형 기준 적용에 난감하다는 법관도 적지 않을 정도다.
27일 대전고법(법원장 박삼봉) 주최로 대회의실에서 열린 상반기 양형 실무토론회에서, '살인범죄와 성폭력범죄의 양형 비교분석'(2010년 1월~2011년 6월)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선 이화용 대전지법 논산지원 부장판사의 얘기다.
이 부장판사는 “13세 미만에 대한 성범죄 7건 중 4건, 친족관계 또는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10건 중 3건, 일반 성인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10건 중 4건 등 모두 11건이 양형 기준을 이탈했으며 모두 하한을 이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 기준과 법관이 생각하는 양형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전국적으로도 성범죄 양형기준 준수율이 살인죄보다 낮다는 게 이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이 부장판사는 그 이유에 대해, “성범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처벌불원'을 양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전체 성범죄 사건 중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11건이 있었는데(합의에 준할 정도의 공탁 포함, 항소심에서의 처벌불원 포함), 그 중 7건이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는 처벌불원이 형의 감경사유가 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집행유예를 선택하는데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피해자와의 합의를 판단에 중요한 근거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미국은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양형의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고 합의한 사정을 양형 요소로 고려하는 한국시스템에 미국 판사들은 놀라움을 표시한다”고 꼬집었다.
이 부장판사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특별양형인자로 삼음에 있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법관은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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