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오늘 내가, 우리가, 우리나라가 내린 뿌리가 깊고 굵게 땅속 깊이 내릴수록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반대로 뿌리가 얕고 짧다면 갑작스러운 비바람에도 생명을 다하고 지구 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란 엄중한 경고문으로 보인다.
그럼 가장 중요한 뿌리란 무엇일까.
답은 나라도 없이 헤매다가 정착해 강한 국가가 된 이스라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히틀러의 정권 아래 대학살을 당한 유대인 600만 명을 추모하고자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다.
야드바셈은 '이름을 기억해'란 뜻으로 야드바셈 대변인인 엘리 위젤은 박물관의 존재 이유를 “우리는 죽은 친구들을 기억할 의무가 있다. 그들의 희생을 보면서 우리가 더욱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바로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역사는 세월이 흐르면 잊히고 망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억조차 하기 싫은 역사를 되살려 똑같은 아픔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손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는 그들의 역사교육정신이 있기에 지금의 강건한 이스라엘이 있는 것이다.
유대인만큼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이다.
“망각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고 기억은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다.”
오늘 나는 뿌리 깊은 나무인가, 내 조직은 뿌리 깊은 나무인가, 내 나라는 뿌리 깊은 나무인가를 자문해 본다. 잎사귀는 흔들려도 뿌리는 꿈쩍않고 땅속 깊이 더 많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따뜻한 봄바람과 햇살 속에 얕은 뿌리만 내린 채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럼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을 가장 먼저 춘추오패로 만든 관중이 저술한 '관자'라는 책에 '일년지계 막여수곡(一年之計 莫如樹穀) 십년지계 막여수목(十年之計 莫如樹木) 백년지계 막여수인(百年之計 莫如樹人)'라는 유명한 글귀에서 찾을 수 있다. 즉 1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고, 십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 백년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바로 사람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우리 후손들의 밝은 미래도 역시 올바른 교육에 달렸다.
그러나 요즘 교육은 지식과 부를 넓히는데 치중하고, 인성보다는 성적을 올리는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예의범절 교육이 사라지고, 역사교육은 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했다. 가훈이 사라지고, 인의 예절이 실종된 지금, 학교폭력과 SNS상에서는 폭언이 난무한다. 지금 북한은 우리의 목 앞에서 핵실험, 정전협정 백지화 등 전쟁에 대한 위험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의무는 뿌리를 찾고 뿌리를 깊게 뻗게 하는 일이다. 뿌리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업적이고 뿌리를 깊이 뻗게 하는 방법은 올바른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나라 사랑정신교육이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정과제로 '나라 사랑 교육강화'를 채택하고 2012년 9월 나라 사랑교육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나라 사랑 교육법이 통과돼 온 국민이 올바른 국가관과 통일된 나라사랑 교육을 통해 나라사랑 정신이 함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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