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라지(XL) 이상의 여성 옷은 팔지 마라.” 미국 유명 의류회사 CEO의 주문이다. 뚱뚱한 고객들이 출입하면 물을 흐린다는 이유. 그의 외모차별 발언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또 매출감소라는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뚱뚱한 고객 사절' 철없는 이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기기엔 어쩐지 씁쓸하다. 옷가게나 인터넷 쇼핑몰의 싸고 예쁜 옷 앞에서 '프리사이즈의 굴욕'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비만이 불편함이 된 사회. 승객의 몸무게에 따라 운임을 받는 항공사가 등장했고 의사들이 뚱뚱한 환자에게 좀더 불친절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다가 살찐 사람은 정상체중의 환자에 비해 당뇨·고혈압·독감 등의 치료제 복용시 약효가 떨어진다고 한다. '역사 속 절세미인 양귀비도 키 163㎝에 몸무게 79㎏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만은 없는 현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적정수준의 체중유지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다만 개인의 신체특성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
'게으름' '무절제' '자기관리 못하는 무능한 사람'…. '비만'이라는 단어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꼬리표들. “그러니까 살찌지…” 똑같이 집어든 아이스크림에도 뚱뚱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이쯤 되면 비만은 죄(?). 억울하다.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은 없다지만 똑같이 먹어도 더 살찌는 원인이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밝혀낸 장내 비만 세균. 이들은 신진대사를 방해해 몸속에 지방이 쌓이게 하고, 소화를 조절하는 수소를 잡아먹어 과도한 소화와 과다 섭취를 유발한다고 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인구의 30%가 이 세균들의 영향으로 살이 찌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이녀석들 참으로 고약하다.
바비인형을 원하는 사회. 비만보다 더 심각한건 우리 청소년들의 신체 이미지 왜곡.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정상체중인 여학생 35.6%가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로인해 단식이나 원푸드 다이어트, 심지어는 설사약 복용 등 잘못된 체중감량을 경험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몸도 마음도 한창 성장할 시기. 우리 아이들이 마른몸매에 대한 동경보다 건강한 신체에 감사하고 내면을 가꿀 수 있도록 보듬어주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 나이는 한참 클 때래…' 살찐다는 구박에도 밥한 그릇 뚝딱. 딸아이의 너스레가 고마운 하루, 미안함 담아 달밤체조라도 청해 볼 참이다.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황미란·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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